청소년의 자살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우리사회의 문제다.
10대들의 쪽지에(91.3.10) ‘죽음을 택한 학생은 죽음을 시도한 학생의 1백분의1밖에 안 된다’는 글은 교사인 나에겐 크나큰 충격이었다. 이는 학생들과 늘 부대끼면서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지난 겨울방학 때 학생들과 독서토론을 위해 읽은 「수레바퀴 밑에서」는 흔히 말해 장래가 촉망되는 한 젊은이가 자기 꿈도 펼치지 못한 채 끝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소설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비슷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이 책은 ‘한스 기벤라트’라는 똑똑하고 영리한 청년 한스의 파멸을 진실되게 그리고 있다.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의 권유에 의해 신학교에 들어가고, 아버지에 의해 공장 기능공으로 일도 해보지만 그는 끝내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다. 거의 1세기 전 독일의 한 청소년의 비참한 종말이 지금 우리들에게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무슨 까닭일까?
한 해 1백명도 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오직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 속에서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밑도 끝도 없는 욕망에 부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이 같은 오늘의 현실에서 이 한 권의 책은 일선 교사와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정말 청소년의 심리, 청소년의 희망, 청소년의 고민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지금도 자기 진로 때문에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냉철한 자기 성찰 없이 자기 장래를 쉽게 결정했을 땐 그 결말이 어떻게 되는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자식의 적성이나 능력을 무시한 채 일류대학만을 끈질기게 고집하는 부모들이 줄어들지 않는 한, 주인공 한스의 고통과 비극적인 종말은 곧 우리 현실이자, 우리가 꼭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순수하기도 하지만, 부모들의 엄청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청소년도 너무나 많다.
“뿌리 근처에서 자란 순은 무럭무럭 성장하지만 사실은 겉모양에 지나지 않고, 그것이 다시 나무가 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한 헤세의 말은 두고두고 명상해 볼만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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