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3학년,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고향이었던 충주에서 프랑스 신부님을 모시고 열심히 교리를 배우고 하여 세례성사를 받을 뻔한 일이 있었다.
그 후로 이곳저곳 개신교 교회를 기웃거려도 보았지만, 왠지 나의 마음은 안정되질 않았다. 누가 주님 만나러 못 오게 한 것도 아닐진대, 괜한 자책감에 –죄를 지은 듯한 기분에- 성당은 먼발치에서만 동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만 보았다. 성모상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렸고 길을 가다 성당팻말만 보아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못 견디게 해보고 싶은 건 ‘묵주기도’ 그것이었다. 버스 안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가슴은 몹시도 뛰었다. 시댁식구들이 개신교신자여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러던 중 한집에 같이 살던 극성스런(?) 스텔라가 자꾸만 유혹을 해왔다. 솔직히 혼자 성당 나가기 쑥스러워 누가 유혹해 주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별의별 수단을 다 써가면서 성당에 가자고 졸랐다. 누굴 위해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다하다 안되니까 성당까지 헐레벌떡 뛰어 갔다 오더니(25분 거리) 예비자 카드를 내밀었다. 쑥스러웠던 나는 엉겁결에 예비자 카드를 작성했고 첫돌도 안 된 극성스런 딸아이를 업고, 그것도 추운 겨울에 교리를 받았고 영세했다.
나의 생활이 분주하다는 이유로 아니 딸아이가 아프다는 핑계로 미사참례도 제대로 안했다. 그러기를 일 년, 우리본당 월간지인 「방축말」 창간호가 나오고, 신부님의 진지한 광고가 그런 쪽에 관심이 있던 나를 또 한 번 유혹하였다. 얼마간의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방축말」 편집부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외짝 교우인 관계로 남편의 눈총을 받아가며 그럭저럭 한 두 달을 넘겼다.
그리고 취재도 나가고 ‘우리이웃’란이 증설되면서 장애시설을 찾게 되고, 집에 와선 진지하게 눈물까지 흘려가며 이야기 해주곤 했다. 또 남편은 나의 기사를 나 몰래 읽어 보곤 출세했다는 말과 함께 평을 해주기도 한다. 딸아이에게는 「방축말」 덕분에 공부하는 엄마로 보였으리라. 그러는 가운데 남편도 내가 취재를 나갈 땐 의견도 제시해주며 차량 서비스도 해주고 딸아이도 봐주는 등 여러 가지로 도와준다. 이런 행동들은 나에겐 깜짝 놀랄 사건임과 동시에 내 가정에 큰 변화이다. 단순히 「방축말」 한 페이지의 기사로 실린 것들이지만, 남편이 그것을 읽고 차츰 성당에 관심을 보이는 듯 하고 또 한 사람으로서의 변화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어 크게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성당 나가는 것을, 아니 보내주는 것을 큰 무기로 써왔던 남편에게 직접 말로써 전교하는 것보다 몇 배 강하게 부딪치는 물음 없는 말들에 주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젠 외짝 교우가 아닌, 나의 교적에 남편의 세례명이 써질 날들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또 그날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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