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코너의 단골 메뉴가 참새·식인종·바보시리즈이다. 바보이야기하면 모두들 재탕삼탕 한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래도 꼭 한 가지만 할 테니 깊은 이해를 바란다.
바보 둘이서 달밤에 길을 가다가 한 바보가 달을 가리키며 “저것이 해냐 달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다른 바보 왈 “나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과연 바보 수준에 맞는 답변이다. 그런데 나는 교회안의 사람들을 보면서 다른 모습의 바보를 생각게 된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맛도 없는 성체를 받아먹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엄숙한 얼굴들을 볼 때. 힘없이 병사들 앞에서 발가벗겨져 십자가에서 처참히 죽은 유태인 젊은이 때문에 수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할 때. 2천년이란 엄청난 세월이 흘렀는데 지금도 남자가 검은 치마를 입고, 혼자 살면서 본당의 온갖 고뇌를 모두 짊어지다가 은퇴하여서는 돌보아 주는 이, 찾아오는 이 없이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모습을 그려볼 때. 아이들이 놀러가자고 졸라대도 못 들은 척하면서 금전의 십일조 시간의 십일조를 교회 공동체에 내어 놓고도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얼굴을 쳐다볼 때 바보들의 공동체로 착각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해와 달을 분명히 구별할 줄 아는 바보이기에 그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기도라는 단어가 나오는 H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생각난다.
“어떤 열심한 교우가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 교우는 무릎을 꿇고 ‘하느님 아버지, 제발 살려 주세요’라고 청원의 기도를 드렸다. 한편 호랑이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를 드렸는데 하느님께서는 청원의 기도보다는 감사의 기도를 즐겨 받으시기에 교우가 잡아먹혔다”. 나는 신부님의 강론을 들은 이후 간혹 고통이 나를 휘감을 때는 ‘주여 왜?’를 외쳐보지만 주님의 부활을 굳게 믿기에, 나의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알기에 ‘모두가 나를 바보라 해도 그 분만을 따릅니다’라고 힘주어 노래 부르며 오늘도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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