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오염에 대한 공포가 전국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최근 대구시를 위시한 영남권주민들을 ‘식수공포’에 시달리게 한 낙동강 페놀폐수 오염사건을 일면 전국의 강줄기가 시름시름 앓고 있음을 입증하는 한 상징으로 해석되면서 그 충격과 분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밝혀진 두산그룹제품의 불매운동과 관계 공무원의 책임문책 등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으며, 이와 함께 깨끗한 물을 확보하고 지키기 위한 자구책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시민단체 등에 의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가슴은 참으로 답답하고,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비윤리성과 그저 탁상공론에만 치우쳐있는 정부당국의 환경정책에 크나큰 분노와 개탄의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페놀뿐만 아니라 각종 폐수에 유입되어 있는 중금속이 인체에 흡수됨으로써 야기되는 폐해는 굳이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도 없다. 고도성장이라는 미명아래 때론 정부당국의 비호를 받으면서 성장일변도를 달려온 기업들이 무단으로 방출해온 폐수 등 각종 오염물질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드디어 다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아마도 이들 기업들은 적자생존ㆍ약육강식의 동물적 생존원리가 인간사회에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것으로 심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이성을 가진 인간집단의 생존원리가 공존공생의 대원칙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 기업들이 하루빨리 자각해주기를 간절히 두 손 모아 소망해본다.
또한 환경오염방지 등에 대한 법률을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그것을 집행, 감시하는 정부당국이 투철하고 엄격한 책임감과 결의를 가지고 정책수행에 임하지 않으면 무분별한 환경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환경처와 각 시·도의 지도·점검을 받는 폐수 배출업소는 90년말 현재 1만5천9백66곳인데 비해 단속인원은 모두 4백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또한 50명 정도로 구성된 지방환경청의 단속요원은 대기·수질·폐기물 등으로 분야가 나뉘는데다 단속업무 외에도 일반행정·민원처리·특별단속 등의 업무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 식수오염사건으로 구속된 대구지방 환경청의 한 공무원은 지난해 두산전자의 페놀무단방류사실을 적발해놓고도 사후 뒤따르는 업무가 너무 많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서류를 작성, 처리한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사실을 상기할 때 당국의 환경행정의 한계를 뚜렷이 볼 수 있는듯하다.
당국은 더군다나 이번 낙동강오염의 책임을 기껏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물어 이들을 구속하는 선에서 사건수사를 마무리짓고 있다.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엄청난 사건의 책임을 말단 행정관료에게만 묻는 것이 ‘책임행정’을 구현하는 정부당국의 기본 정책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그냥 떠들썩한 채로 다른 비리사건과 같이 쉽게 뇌리에 잊혀져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지키려는 당국과 전국민의 결집된 결의가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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