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다시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미사전례에 대영광송이 다시 등장하고 ‘야훼 하느님을 찬미하라’는 알렐루야도 노래 부르게 된다. 꽃이나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던 제대도 봄의 갖가지 꽃들로 장식되고 기쁨과 희망을 자아내는 분위기로 바뀌어져 있다. 또한 성가대의 부활노래소리가 마치 천사들의 합창처럼 들리고 입 모아 함께 노래 부르는 회중의 마음도 힘과 의지가 배어있는 듯 느껴진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바뀌었다. 어둡고 무겁고 우중충해 보이던 옷색깔들이 밝고 가볍고 산뜻한 색상으로 바뀌었다. 그런 옷들로 갈아입은 사람들의 마음도 더없이 즐겁겠지만 보는 사람들의 눈도 가히 나쁘지 않다. 정녕 봄이 아주 가까이 와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더불어 부활대축일을 맞았다. 이때를 맞추어 우리 신앙인들의 생활공간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는 외적인 것뿐 아니라 내적인 것도 포함된다. 사람에 따라 그 변화는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으며 중대한 것일 수도 있고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변화는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봄이라는 계절 때문인가 아니면 부활이라는 신앙적 대사건 때문인가?
물론 대답은 전자나 후자 하나일수도 있고 또 양쪽 모두일수도 있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또 다른 답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들 신앙인들이 택해야 할 답이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인가이다.
흔히 부활대축일은 일 년 중 가장 큰 축일이고, 신앙의 중심이고 핵이며,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이날이 없었다면 우리들 신앙자체가 허망한 것 이라고 할 만큼 중대한 의미를 지닌 최대의 경축일로 알고는 있다.
그러나 실지로는 어떠한가? 모두가 마음속으로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가? 이날이 일 년 중 가장 소중하고 값있는 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우리가 외적인 것에만 마음을 두고 부활축일이 연례행사로 지나가 버린다면 그것은 우리의 신앙에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고난과 십자가 없이 영광이 없듯이 죽음 없이는 부활이란 있을 수 없다. 이 죽음은 자연사(自然死)가 아니고 자원사(自願死)라야 한다. 예수님이, 전혀 자기 죄 없이, 남의 죄들을 온통 뒤집어쓰고 죽기를 자원한 것처럼 말이다. 이 죽음에는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아픔과 고통 외에도 온갖 모욕과 수치와 멸시와 냉대, 배신까지도 감수해야한다. 이러한 죽음이 과연 우리 각자에게 어느 정도 있었는가를 따져보면 각자가 누리는 부활의 양과 질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 교회공동체는 어떠한가? 우리교회가 예수님처럼 부활할 수 있기 위해 진정으로 자원해서 죽어본 일이 얼마나 있었는가? 봉사 받으러 오지 않고 봉사하러 왔다는 그분의 말씀과 행동을 얼마나 따르고 있는가? 세상이 생각하고 세상이 행동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게 다르게 처신하고 있는가? 전통이나 제도·권위 때문에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없어 죽을 수 없다면, 교회의 부활은 기대하기 어렵다. 부활이 없는 교회가 세상에 전해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올해 부활 때부터 우리 각자가 죽는 연습을 하자. 자원해서 죽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죽을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교회공동체를 이루어야 비로소 교회는 부활할 것이며 세상에 부활하신 주님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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