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음식을 먹고 말을 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주신 천주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 마음은 글로써 표현할 길이 없다.
세브란스병원 정문을 나서기 전 영안실이 눈에 띄었다. 영안실을 통해 이 병원을 나서지 않고 정문을 통해 퇴원하게 된 것이 감개무량했다. 안양집에 돌아오니 일단 마음이 평안했다.
1989년 3월 8일
지난 2월 16일의 컴퓨터촬영 결과를 토대로 암센터에서는 6주간의 방사선치료가 필요하다고 통보해왔다.
2월 23일부터 방사선 치료를 받는데 치료내용은 매주1회 항암제주사를 맞고 혈액검사를 하여 암 발생 부위에 정확히 1백초 간 방사선을 쪼이는 것이다. 처음 2주간은 그런대로 견디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몹시 괴로웠다. 4주 때부터는 어찌나 괴로운지 누워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내가 만약 천주님을 믿는 신자가 아니었다면 그 고통을 극복치 못했을 것이다. “주여! 내 영혼을 당신의 손에 맡기오니 나를 구원해 주소서.”
대수술을 두 번씩이나 받은 직후라 더욱 고통이 심했는지 모르겠다. 방사선치료를 받은 지 3주가 되면서 부터 일체의 음식은 냄새조차 맡기 싫었으며 우유조차도 거부반응을 일으켜 주사에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6주간의 방사선 치료 후 1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그 고통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막내딸에게 부탁, 천주교 교리책을 구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공부하기 쉽게 교본내용을 한문으로 고쳐 노트에 옮겨 쓰는 작업을 하였다.
5월 23일 오전에 한문으로 교리서를 옮기는 작업이 끝났다. 그런데 그날 오후 1시경 안양의 명학성당에서 신부님이 세례를 주시기 위해 집으로 오실 것이라는 전갈이 왔다.
이 일도 나에게는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내가 교리공부를 끝낸 것은 가족들도 모르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오후 6시경 신부님과 수녀님 두 분이 집으로 오셔서 세례를 주셨다.
아내도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하였고 12월 23일 영세를 했으며 셋째 딸은 지금 교리중이다. 다른 자식들의 입교도 천주님께 간구하고 있다.
만약 천주님의 은총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벙어리일 것이다. 나는 경기도 광주군에 있는 성분도재활원(수녀원서 경영)을 돕는 회원가입 신청을 내고 역량껏 주위 사람들에게 가입신청을 받고 있는데 현재 50여명이 신청하였다. 나는 앞으로도 이 사업을 계속 하면서 그들을 도우려 한다.
지금까지 심준택씨의 신앙수기 ‘주여 감사 하나이다’를 애독해 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대구시 수성구 대봉동 이순옥씨의 수기 ‘늪을 지나서’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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