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로서 서품을 받고 첫 본당에 부임, 시골공소를 방문했다. 성당지붕이 새로 빛바랜 십자가와 성모상만이 쓸쓸히 성당을 지키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공소를 재건할까. 시골이라 돈도 없고 신자수도 적어 거의 불가능하게 생각되었다.
내 몸 하나로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 끝에 생명보험에 들기로 결심했다. 한 달에 이만원도 못되는 돈을 지금까지 8년간 내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 오천만원이 나오는 보험이다.
지금도 가끔 자동차를 손수 원전하면서 이런 넋두리를 한다. “주님! 차사고로 죽으면 공소하나 주님께 봉헌하겠습니다! 주님 뜻대로 하십시오. 쓸모없이 죽는 것보다 고기값이라도 하게 해주십시오!”
얼마 전 주교님께서 신부님들에게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분부하셨다. 나는 보험증서 뒷면에 공소건립을 우선적으로 명시했다.
지금까지 거룩하게 살지도 못했고 10년 동안 주님께 사제다운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하여 죄송스럽다. 오천만원 보험금으로 주님께 뇌물을 드려 천국에 갈수는 없을까 착각도 한다.
얼마 전 공소신축을 위해 서울 어느 본당에서 보험금 강론을 하였더니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신자가 항의를 하였다. 너무 끔찍한 내용이고 보험회사가 손해 보는 것이기에 강론이 적당치 못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망상을 하는 것일까! 그래도 이왕 죽을 바엔 주님께 보탬이 되면 다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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