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금년 4월 1일로 창간 64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연륜이라, 나잇값을 제대로 해야할텐데 걱정과 두려움이 앞섭니다.
교회신문으로서는 유일하게 64년 동안 한국교회와 더불어 호흡해오면서 본지가 끼친 공과 (功過) 는 한마디로 잘라 말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매년 창간기념호를 발행할 때면 한국교회와 애독자제위를 위해 한 해 동안 얼마나 땀 흘리며 뛰었는가를 반성해보게 됩니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한국교회를 위해서나 애독자여러분을 위해서 본지가 흡족할 만큼의 역할이나 봉사를 다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시인합니다. 그러기에 저희는 더한층 분발할 것을 새롭게 다짐하며 교회장상들을 비롯한 모든 애독자여러분에게 더 많은 채찍과 애정을 삼가 청하는 바입니다.
이 기회에 본지의 역할과 관련, 교회안팎의 당면과제에 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교회는 교회출범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회의 위기적 상황은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먼저 신자증가의 감소현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실례를 보면 80년대 들어 매년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증가를 기록하던 교세가 88년도에 처음으로 큰 폭의 감소를 보이더니 89년도에도 역시 또 감소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의 교세현황을 보면 85년에 14만7천4백29명 증가, 86년 15만2천7백2명 증가, 87년 16만4천9백63명 증가한 교세가 88년에는 14만5천1백85명으로 전년에 비해 1만9천7백78명이란 큰 폭으로 감소했고, 89년에는 13만2천5백48명으로 또 1만2천6백37명이나 증가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신자증가가 완전히 중지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교세증가의 감소를 만회할만한 아무런 비전도 대책도 보이지 않고 있어 한국교회의 위기의식을 실감에 하고 있습니다.
신학교 지원자가 금년에 급격히 감소한 사실도 한국교회에 적신호가 되고 있습니다. 5개 신학대학 가운데 광주·대구·수원 등 3개 대학은 정원미달사태를 빚었고 서울·부산 2개 대학은 정원은 넘었으나 실지로 합격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91학년도 신입생 총 정원 4백명에 정작 합격자수는 51%인 2백5명에 불과함으로써 무엇보다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성직후보자들이 감소하는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신학교지원자 감소현상은 금년에 처음 두드러진 것으로 앞으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신자증가감소와 더불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 하겠습니다.
교회의 위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도 교회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본지가 창간 64주년을 맞아 전국의 독자 3백명을 대상으로 전화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한국교회의 단점 또는 문제점으로 ‘외형적인 발전에 치우침’(19%) ‘성직자들의 권위의식’(18.67%) 그리고 ‘교회 내에 진보·보수의 갈등이 심함’(15.67%) 등이 지적되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외형적인 발전의 증거로 교회의 중산층화·성전의 대형화·냉담자의 증가 등이 예로 제시됐으며 성직자들의 권위의식 문제는 사목에 있어 너무 독단적이거나 배타적이라는 주장이 열거 됐습니다.
그리고 교회 내 문제로 교회의 비민주적인 노동행정, 진보·보수의 갈등, 지나친 제도주의의 경직성, 교구간의 장벽, 성직자의 모범적이지 못한 삶 등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교세증가의 감소와 성직지원자수의 감소 그리고 교회에 대한 부정적 견해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교회에 그 어느 때보다 신앙의 부흥과 구원의 손길이 간절히 요망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지도층을 비롯한 신앙인 모두의 대오각성과 새로운 삶의 결단 그리고 증거의 생활이 반드시 있어야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앞날은 점점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대사회로 눈을 돌려보면 현재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영남권에서 발생한 페놀방류로 인한 수돗물파동은 자연오염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를 야기한 두산전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보면 국내 어떤 공장도 폐수나 유해물질을 제대로 처리하는 곳이 전무할 정도이며 우리 국민의 식수원이 되고 있는 4대강 모두 오염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등한히 하거나 직무유기하고 기업은 저마다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돼있는 동안 우리의 환경은 병들고 썩어가고 있습니다. 땅, 농토, 물, 공기 어느 것 하나 가릴 것 없이 오염되지 않고 죽어가지 않는 것이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우리 모두도 환경오염에 관한 한 공범자들입니다. 매일 흘려보내는 생활하수는 물과 땅을 오염시키고, 매일 뿜어내는 유해가스와 산더미 같은 쓰레기는 공기와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은 급기야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으며 나날이 나날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수호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할 때 입니다. 정부도 기업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신앙인들은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살리는 일이 창조주 하느님의 창조사업과 인류구원사업에 동참하는 중대한 일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곧 우리는 자연을 죽이는 일이 생명을 죽이는 일이며 이것은 곧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고 반역하는 행위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창간 64주년 기념호를 발행하면서 우리 교회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가 발붙여 사는 이 땅의 자연을 수호하는 일에 본지도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다짐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변함없으신 도우심과 사랑을 다시 한번 부탁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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