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페놀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 공포를 불러일으킨 주범이 다시 되살아난다는 소식이 들린다.
환경처 행정심판위원회가 8일 심판위원회를 열어 조업정지 취소를 청구한 두산전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9일부터 조업을 재개토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심판위원회는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두산전자가 전자회로기판의 85%를 국내전자업계에 공급하고 있어 조업정지가 계속될 경우 전자부문에서 3억달러 이상의 수출차질을 빚을 것으로 판단돼 조업정치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것은 행정집행으로 인해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 집행정지결정을 할 수 있다는 행정심판법 제21조에 따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판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여전히 환경정책보다 경제정책이 더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현실상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단명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곧 심판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향후에도 독점기업이 폐수 방류로 조업정지처분을 받을 경우 비슷한 이유로 조업정지 집행정지결정을 받을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못 걱정부터 앞선다.
또한 이번 결정을 지켜보면서 또 한 번 우리의 경제현실에 대해 서글픈 심정을 가눌 수가 없는 것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의 모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인 악몽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악몽 속에서 우리의 기업들은 “내가 아니면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목표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독선적 자부심에 빠져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해 오면서, 혹 그 같은 행위에 대해 행정당국과 국민들의 규탄을 받더라도 그저 한귀로 듣고 다른 한귀로 흘려버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보전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업의 만행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제재를 기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의 개편이 절실히 요청된다.
현재와 같이 환경정책이 수출부진을 들먹이는 경제정책에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기회에 우리는 정부당국에 이 같은 고질적인 우리의 산업구조 개편을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 인간이 하느님이 주신 지혜를 활용해서 또한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과학과 기술의 개발,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성장은 당연히 세월이 흐를수록 계속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 풍요가 어느 일부에서만 누려진다는 것은 분명 창조주의 뜻에 합당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으로부터 얻어진 풍요를 만인이 골고루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경제정책보다 환경정책이 더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