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창립 2백주년을 기념한 신약성서가 출간됐다. 1974년 7월 한국천주교회 내 성서학자들이 회동, 원문에 충실한 신약성서를 간행하자고 뜻을 모으고 협의한 이래 번역·주석독회 등과 우리말을 다듬는 작업(윤문)을 마치기까지 실로 17년이란 세월이 걸려 이 한권의 성서가 완성된 것이다.
2백주년기념 새 신약성서산행에 참여하지 않은 성서학자들도 이 책이 현재까지 가톨릭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신구약 공동번역(77년 간행)의 결점을 많이 보완, 원문에 충실하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다한 흔적이 보이고 성서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릇 완전한 번역서란 있을 수 없다. 언어는 살아있는 존재로서 문화의 매개체이다. 언어는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성서의 원문인 히브리·희랍어의 문화권도 오랜 세월에 걸쳐서 발전해 왔다.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의 말 즉 히브리·희랍어로 옮겨졌는데, 원문을 아무리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다 하더라고 시대별로 다양하게 발전해온 성서각권의 문학유형을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험해야 하고 많은 학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주지하다시피 히브리·희랍의 문화권은 한국의 문화권과는 크게 다르다.
뿐만 아니라 성서번역에는 2천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적 공백이 있다.
결국 성서의 번역이란 2~3천년 전의 히브리·희랍의 문화를 언어를 통해 현재의 한국문화에 이식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말 성서의 새 번역이 불가결한 것은 성서학에 관련된 고고학적 자료의 발굴, 성서원문에 대한 새로운 이해등 성서학 자체의 발전과 우리말 어법 사용상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2백주년기념 신약성서가 간행된 것은 개신교 측과 함께 번역한 신구약공동번역성서를 착수할 당시인 1968년에는 국내 가톨릭교계에 성서학자가 희귀했으나 그 후 점차 증가, 신약성서번역의 기반이 닦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실로 성서는 거대한 바위와도 같다.
과거 2천년동안 그리고 현존하는 사람까지 전세계 수십만의 성서학자가 이 거대한 암괴를 쪼개고 쪼개어 연구, 분석해 냈지만 성서는 끝없이 새로운 자양분을 생성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성서는 인간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이 하느님의 말씀을 한국천주교회 신자들은 읽고 묵상하고 연구해 오는데 너무나 등한히 해왔다.
오죽했으면 “가톨릭신자는 성서를 모른다”는 지탄까지 받아왔겠는가. 공동번역 신구약성서는 이 오명을 벗는데 크게 기여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또 현재 각 교구마다 성서연구의 열기가 전에 비할 바 없이 크게 높아졌다. 2백주년 기념 신약성서가 출간 부름도 못돼 5천권의 초판이 건의 모두 매진됐다는 사실 또한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2백주기념 신약성서의 출간을 계기로 성서를 더욱 읽고 묵상하고 연구, 성서말씀에 따라 생활을 개선하자.
성서말씀에 따른 생활이야 말로 완전한 진리에 의한 삶이요, 그 길이 바로 영생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
아울러 2백주년기념 신약성서가 간행되기까지 노고를 아기지 않으신 성서학자들과 편집, 출판에 애쓰신 분들께 감사한다.
무엇보다 책이 출판되기까지 17년간 재정부담을 해온 분도출판사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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