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엔 봄빛이
환하게 켜지고
겨우내 침묵의 얼굴로
떼지어 서있던 나무들.
이 봄날엔
섣달의 혹한속 한숨은
흰 눈송이 같은 꽃잎들로 터뜨리고
찬바람아래서의 뒤척임은
물오른 잔가지로 너울대니
오!
너 사랑스런 지상의 순례자여
온 누리 이 기적의 봄잔치에
초대받은 기꺼움으로
촉촉한 봄비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구나.
소리없이
승리의 연주를 하늘 가득히 그리는구나.
때로는 기도하는 영혼으로 서 있었고
때로는 땀흘리며 노동하는
가난한 이들의 초상으로 서 있더니
이 봄날엔 첫 영성체한 소녀처럼
얼굴 가득히 웃음이 만발하다.
늘 아픔이 일렁이는 삶의 바다에서
하늘가로 눈빛모으며
볼부비며
악수하며
떼지어 모여사는 나무들처럼
고달파도 찬란한 봄을 예언하며
소리없이 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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