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랑, 나라사랑’
이것을 한때 학교마다 교문이나 학교건물 위에 커다랗게 써붙여 놓았던 말이다. 그리고 그때는 국어 순화 운동을 한다고 잘못 쓰이는 말을 찾기도 했고 거친 말을 찾아 고쳐 쓰기도 했다. 좀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라글, 나라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하게 여겼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그것은 슬며시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는 우리의 나라말 한국어를 가졌고 나라글 한글을 가졌다. 국어란 국가가 있어야 있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국어에서 주권국가의 국민이란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하와 전통은 언어로써 전승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국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말(언어)은 여러 가지의 성질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듣는 이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이런 의사전달은 대개 국어로 이루어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어로 할 수도 있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과의 대화에서는 외국어를 써야 할 필요가 그만큼 더 높아진다. 더구나 외국과의 문화 교류가 빈번한 현대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영어를 배우고 영어에 관한 관심도 매우 높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영어를 배우고 영어데 관한 관심도 매우 높다. 심지어는 영어조기 교육 붐이 일어 국민학생들도 상당수가 영어학원엘 다닌다고 한다.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이라면 이런 현상을 그리 나무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쳐 버리기 쉬우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하나있다. 그것은 그 나라의 국어에는 그 국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한국어에는 우리 한국민의 정신이 담겨있고, 일본어에는 일본의 정신이, 영어에는 영어를 쓰는 미국인이나 영국인의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어로 말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으로 말하는 것이고, 영어로 말하는 것은 또 그런 정신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함부로 외국말을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의 민족정신을 외국의 것으로 더럽히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어를 분별없이 좋아하고 많이 쓰는 것은 문화적, 정신적 혼혈아가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중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자기나라 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너무 외국어만 좋아하고 우리말·우리글을 소중히 여길 줄을 모른다. 대학입학 학력고사에서도 영어배점은 60점인데 비하여 국어는 55점이다. 그것도 거기에 포함된 한문을 뺀다면 50점도 채 안 된다. 학생들도 국어공부보다는 영어공부에만 전념하고, 국어사전을 가지고 있는 학생수는 그리 많지 않으나 영어사전은 모든 학생들이 다 가지고 있다. 온갖 상표는 어색한 외국말 투성이고, 외국인이 사는 것도 아닌데 아파트 이름은 전신만신 외국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위하여 만든 자동차도 우리말로 된 것이 없다. 심지어는 학생들도 뜻도 모르는 외국어를 등에다 써 붙이고 다닌다. 화장품 이름은 더욱 가관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이런 것들은 우리 문화, 우리 정신을 좀먹는 일다.
우리는 우리말, 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것도 곧 우리나라와 겨레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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