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로서 유행가도 함부로 못부르는 신세 한탄이나 해볼까 한다.
신학대학에 31살에 편입하여 늙은 신학생으로서 학과 공부하기도 벅찬데 나는 욕심을 부려 특별활동으로 첼로, 만돌린, 오르간 연습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고교시절에는 흑인영가를 좋아했고 일반대학 다닐때는 클래식 기타를 배운다고 하숙방에서 악보를 뒤적였다.
학창시절에는 고상하게도 클래식만을 상대해야지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다. 사제가 되어 4개 본당을 거치는 동안 귀동냥으로 못된 노래만 배웠다.
고백하건데 내가 좀 속되기도 하였지만 전부 신자들의 탓이리라(?). 왜냐하면 쌍스러운 것이 대중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진도아리랑 가사가운데 ‘시엄씨 죽으라고 물 떠놓고 빌었더니 친정어매 죽었다고 부고가 왔네’ ‘서방님 오신다고 깨벗고 잤더니 문풍지 바람결에 설사병만 났네’ 얼마나 서민적인가!
주일학교 교사가 자기 애인을 자랑하면서 열창했던 ‘일편단심 민들레야’도 구성져서 좋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아싸 호랑나비’ ‘희망사항’도 맘에 든다.
얼마 전 부활성야미사를 끝내고 신자들의 요청으로 ‘아싸 호랑나비’를 불렀다. 나는 궁둥이를 뒤로 빼고 비틀비틀 양손을 휘젓고 춤까지 추었다.
다음날 아침 익명의 편지 한통이 배달되었다. “신부님! 체통 없이 그런 춤을 차다니요 더구나 성당 안에서 술판을 벌이다니요! 앞으로 조심하십시오.”
나는 충고 편지를 읽고 중얼 거렸다. “장소가 없어서 신축중인 건물에서 부활축제를 지내는데 신부가 부활절에 고생도 많이 해서 궁둥이 좀 흔든다고 예수님께서 노하실까!” 아니다. 귀엽게 봐주실 것이다. 더럽게 시리 신부라서 유행가도 못 부르는 신세구나. 언제는 박수치고 언제는 뒤에서 욕을 하니 나는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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