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 전부터 몇 개의 일간지 문화란에는 한국교회 제2의 추기경 탄생을 점치는 기사가 게재되고 있다 추기경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구체적인 인물들을 자신 있게 거론하고 있는 이 기사들은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밀한 분석까지 달고 있다.
사실 한국교회 제2의 추기경탄생 관련 소문은 이보다 훨씬 빠른 지난해말경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올해 초에는 종교신문에 해당하는(?) 한 주간신문이 거의 한판을 할애해 같은 주제를 다룬바가 있었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해박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 기사는 원초적으로 가톨릭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때문에 잘못 게재한 부분에 대한「어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무시하고 지나간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난 4월초에 열린 바티칸의 추기경단 회의는 주춤했던 소문을 다시금 대중 앞에 끌어내 놓았고 때마침 열린 세계주교회의 의장단 회의가 이 같은 추측기사를 가능케 하고 말았다.
추측기사는 신문제작에 있어 필요악과도 같은 존재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신문들이 개성이 없는 제작으로 일관할 때 추측기사는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추측기사라고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나의 추측기사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고 잘 쓴 추측기사는 미로에서 헤매는 정치의 향방을 가늠해주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개의 추측기사들이 지나치게 흥미위주로만 써지거나 추측 그 자체 이외는 아무것도 아닌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종교의 경우 추측기사는 한층 더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가려져 있어야 할 것이 있는 종교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가톨릭교회만큼 기사로 쓰기 어려운 종교단체도 아마 없을 것이다. 종교담당 기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도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같은 한계점도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세계성체대회 등 세계적 행사를 치르면서 상당히 완화가 되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다시 말해 언론의 손길이 성역과도 같았던 가톨릭교회의 내부 문제에 까지 미칠 수가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번 제2의 추기경 탄생과 관련, 추측기사들을 지켜보면서 일부 가톨릭에선 자칫 있어야 할 마지막 성역까지 침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추기경 탄생이야말로 온전히 교황의 고유 권한이자 완전한(?) 비밀하에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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