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자는 제 정신이 있는 기업인가. 소도 한번 빠진 구렁텅이에 다시 빠지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같은 기업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독극물을 방출하는 가공할 범죄를 재연할 수 있단 말인가.
1천만 영남권주민을 식수공포에 몰아넣고 전국민의 지탄과 분노가 가시기도 전에 다량의 페놀원액을 방출했다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 같은 패륜이 재연된 데는 지난번 페놀방출 사건 때 국무총리·환경처장관·대구시장 등이 문책당하지 않고 기껏 하급직 공무원들만 구속된 데도 원인이 있다.
애초 우리는 조업정지 30일 처분을 받은 두산전자에 대해 당국이 수출에 지장을 준다며 16일만인 4월 11일 조업정지 집행정지처분조치를 내렸을 때, 이의 부담성을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4월 14일자 사설)
당국의 그 같은 처사는 식수를 비롯한 환경오염문제를 물량적 성장보다 낮게 평가하는 단순한 판단이 아니었다면 금권개입 등에 의한 부정이 있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페놀이 무엇인가. 소량이라도 섭취하면 메스껍고 구토를 일으키며 심하면 호흡곤란·마비와 경련·심장마비로 인해 목숨까지 잃게 하는 독극물이다.
이런 독극물을 1천만명에게 먹이고 또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 기업이 살아남고 책임질 고위직이 없다면 이 나라의 문제는 심각하다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 나라의 강물과 땅은 썩어들어가고 마음 놓고 먹을 먹거리가 없어져가는 판에 식수까지 이 모양이니 국민전체의 대대적인 인식전환이 없으면 공기마저 오염돼 모두가 질식해 버리지 말란 법이 없을 것 같다.
땅이 썩고 물이 오염되면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물·광물계와 식물에 의존하는 동물과 인간은 설 곳도 먹고 마실 것도 잃어버린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생태계는 지금 야금야금 파괴돼 가고 있다. 생태계의 특성은 한번 무너지면 그 누구의 힘에 의해서도 희생이 불가능 하다는데 있다.
하느님이 창세기에서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부려라’란 말은 단순히 이용하라는 뜻이 아니라 순리대로 관리하라는 뜻이다.
지구를 포함한 이 우주는 지금도 창조되고 있는 도상에 있다. 이 창조는 대자연의 법칙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의 법칙 곧 자연의 이법을 따르지 않고 보다 윤택하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 창조법칙을 무시한다면 자연의 보복은 곧 하느님의 보복과 다를 바 없다.
60년대 이후 공업화의 기치를 들고 자연의 이법을 등한히 해 온 게 우리가 아닌가. 그 부작용으로 환경오염은 극심해져 왔고 이제는 식수에까지 공포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뤄야 할 때다.
자연을 훼손시키고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행위는 창조사업에 대한 역행이다.
그리스도인이 창조사업을 돕는데 선봉이 되도록 불림받은 존재라면 환경문제를 새롭게 인식, 범교회적 차원의 오염방지책을 수립해야할 절박한 때임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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