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다 싶으면 터지는 게 ‘필로폰’(일명 히로뽕) 사건이다. 인간의 가장 소중한 속성·인성을 파괴시키는 필로폰·마약·대마초·아편 등의 환각성 약제들은 이제 ‘성역’이 따로 없는 듯 판을 치고 있다. 최근 의사·재벌2세가 포함된 필로폰사건 연루자들의 면면은 그렇지 않아도 좌초를 거듭하는 우리사회 윤리의식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우울하기 짝이 없다.
환각성 약제는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발전했다는 게 정설이다. 기원전 이집트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환각성 약제들이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놀랍지만 우리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은 바로 ‘아편전쟁’이다.
열강 영국이 스러져가는 왕국 청나라를 삼키기 위해 사용했던 무기가 다름 아닌 ‘아편’이었다. 이 같은 역사를 전제로 한다면 인간사회가 아직까지 궤멸되지 않고 존재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는 우리의 이 지구촌에는 비이성적인 사람들보다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살아왔고 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동안 환각성 약제문제는 먼 나라들의 고민으로만 여겨져 왔고 때문에 우리에겐 ‘강 건너 불’ 이상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환각제 사건들은 이제 그 ‘강 건너 불’이 ‘발등의 불’로 옮겨 붙은, 급박한 우리의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하겠다.
기가 막힌 것은 일부 특정부류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알았던 환각제 상습복용이 사회적으로 자신의 신분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에서부터 주부·청소년들에게 계속 확대되고 개방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장식하는 청소년들의 본드·부탄가스 흡입, 이로 인한 청소년범죄와 어이없는 죽음 등은 환각성 약제남용이 우리 인간사회에 미치는 최악의 상태, 그 끝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청소년이 시들면 우리의 미래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환각제 남용사건은 강력한 단속만이 능사가 아님은 꼬리를 물고 있는 사건발생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고 단속이나 처벌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단속이나 처벌에 앞서 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 속에 이 같은 ‘불순물’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만큼 인간자체가 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화되어야 할 첫 번째 대상이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은 서글프기 짝이 없지만 결코 뒤로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큼 필로폰이나 환각성 약제의 폐해는 심각하다.
교회가 그 일에 앞장서야 한다. 종교는 인간에게 희망의 존재여야 마땅하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인간 삶의 참 가치·표양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일시적 쾌락이 인간사회를 지배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필로폰’이 판을 치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 보라. 그 날이 와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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