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을 바라보면 가슴이 저미도록 찬란한 슬픔 같은걸 느끼던 소녀시절이 있었다.
세 아이의 뒤치다꺼리에 정신이 없던 시절에도 봄비에 꽃잎이 질까봐 가슴 조이던 시절이 있었다.
봄바람이 불적마다 “바람아, 목련 앞에선 호흡을 멈추어 다오”라고 기도하고 싶을 정도로 목련꽃을 좋아했다.
이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다정하게 부르는 신앙인이 된 지금은 우아한 그 자태에서 진선미 자체이신 그분의 숨결을 느끼게 되었다. 목련은 활짝 핀 때보다 봉오리 맺을 때가 더 아름답다.
암술 수술이 봉오리에 싸여 있을 때 더 아름답듯이 우리의 선행이나 봉사도 겸손이라는 봉오리에 싸여 있을 때 더 아름답지 않을까하고 묵상해 보았다.
골방에서 기도하라고 하신 그분은 체면이나 과장하는 몸짓의 선행보다는 우리의 숨은 선행을 더욱 기쁜 제물로 받으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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