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의 추억은 내가 지금가지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날들의 가장 정점이 되는 날로 남을 것이라 기억됩니다. 그날의 뜨거운 체험은 나를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흔히 선생님이나 부모가 그의 학생이나 자녀들의 생활태도를 바로 잡으려 할 때 종아리를 때립니다. 창피를 줍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는 나에게 창피는커녕 손가락하나 대지 않으시고 나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셨습니다. 말씀은 없었지만 감미롭고 포근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거울 앞에 서있는 듯 나의 추한 모습이 하느님 앞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주님은 내게 한 마디씩 한 마디씩 이렇게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왜 그리 뻣뻣하냐 네가 무언데 교만하냐 그 정도의 사랑으로 희생하였다 하느냐.
나를 보라 나는, 뼈와 살과 피를 모두 바쳐 너에게 주지 않느냐 이러한 것이 사랑니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
나를 외면하지 말라 나를 따르라.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습니다. 아니 통곡을 하였습니다. 내 생전에 그렇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눈물을 흘렸다면, 어머니께 꾸중 듣고 서러워서 울었지 진정 나의 잘못을 뉘우쳐 눈물을 흘리진 않았습니다. 그때를 표현했던 나의 노트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지금 샘처럼 눈물이 솟는 건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외로워서가 아닙니다 진정 내 마음은 밝음과 고요 평화 속에 깨어 있습니다.
이렇듯 터져나는 오열은 주님 당신말씀 때문입니다 내 마음 두드리는 당신의 그 뜨거운 말씀 때문입니다
주님의 가르침은 오랜 시간을 소요하지 않은 순간적인 강한 힘의 설득이었습니다. 사랑과 권위가 어떤 것인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나의 교만, 주님을 외면했던 지난날의 죄들, 그건 죄 중의 죄요 벌레로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한데 하물며 인간으로 태어나 주님을 찬미하지 않으시고 무던히 참고 기다려오신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용서해 주소서!
분명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알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확실히 현존하시며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음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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