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담맘공소 공동체가 걸프전쟁기간 동안 연락이 두절됐다가 휴전이 되면서 이주사목위원회로 편지를 보내왔다.
지난 7개월간 끌어온 쿠웨이트 사태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너무 어수선하게 보냈던 탓으로 너무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곳 중동지역은 전쟁이 끝나고 다시 정상으로 회복돼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전쟁으로 이곳을 떠났던 많은 공동체 가족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고, 그동안 어수선했던 주위를 정리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전쟁이 시작됐던 주일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공소예절을 봉헌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피난가지 못했던 가족들에겐 커다란 위안을 가져다 준 예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소 예절 때마다 주님께 “많은 인명이 살상되지 않고 하루속히 이 전쟁을 끝나게 해주시도록”기도하며 매달린 덕분으로 짧은 기간에 전쟁이 멎었으나 패전자의 처지가 그렇듯 너무 무고한 이라크인들의 굶주린 모습, 막 숨을 거두고 있는 어린이들에 관한 보도를 대할 때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합리화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의 와중에 맞는 금년 사순절은 이곳 공동체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스커드미사일이 떨어지는 가운데 공동체 내 형제 자매들이 서로를 위하여 틈틈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등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결속과 화합이 이루어진 그런 사순절을 보냈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보냈던 이번 사순절 동안 특히 고국에 있을 때는 체험해보지 못한 주님의 고난을 깊이 묵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상황에서 맞이한 성주간은 너무도 차분하고 뜻깊게 보냈으며, 4월 5일에는 전쟁에서 돌아온 미군병사들과 함께 뒤늦은 부활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부활미사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환희와 기쁨이 넘치는 미사였습니다.
또 이번 걸프전쟁을 겪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보니 좀 더 주님께 의지하고 가까이 가고픈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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