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조금의 여유를 갖기 위해 나는 언제나 한 정거장 전쯤에 버스를 내린다. 한적한 주택가의 모퉁이를 돌면 조그마한 뜰 안에 성당이 있다. 늦은 오후의 그 곳은 언제나 고요가 가득 들어앉은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몇 번이나 망설이던 끝에 용기를 내어서 성당 교리반에 등록했다.
사실 가톨릭 교리에 무지 했던 나에게 그것은 무척이나 생소했으며,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교리 공부 후 집에 와서 배운 것을 복습하기도 하고 노트를 만들어 내용들을 정리해 보기도 하였다. 그것은 간접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잘 이해하고, 앞으로 그분이 가르치신 대로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침서였으며, 안내서였다. 3월 30일 부활 성야에 구원의 은총과 주님의 사랑 안에 그분의 자녀가 되었다. 첫 영성체 때에 주님은 나에게 당신의 피와 살을 온전히 주셨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나머지 눈물이 났다. 거룩한 그 밤에 나는 한잠도 자지 못했다. 밤새도록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중얼대었다. 나는 주님 앞에서 너무나도 보잘것없고 이기적인 인간이다. 그런 나를 주님은 보듬고, 어루만지셔서, 당신을 향해 내 마음을 열게 해주셨다. 언제나, 내 삶을 통해 주님께 영광 드리길 원한다.
그것은 나의 삶의 목표이며, 내가 성당에 다니는 까닭인 것이다. 나는 내게 오신 주님을 사랑한다. 언제, 어느 때, 어떠한 상황이라도 그 사랑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 분이 나를 선택하셨고, 그 분의 은총으로 나는 구원됐기 때문인 것이다. “주님, 항상 내안에 머물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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