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과연 누가 이끌어 가고 있는가?”
지난 4월 28일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주최로 열린 노동헌장 반포 1백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참석 노동자들과 발표자들 사이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시각차를 드러낸 부분이다.
노동자들은 질의과정에서 “현 한국교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사실 성직자 그룹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노동헌장이 반포된 지 1백주년이 지나도 사실상 한국교회의 노동사목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은 운명을 위임받은 교회 당국자들이 무관심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다그쳤다.
이에 대해 한 성직자는 “만일 성직자가 권한을 위임받는다면 위로부터 아래로 위임 받는 것이지 평신도로부터 운영권을 위임 받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하고 “근본적으로 교회는 교황이나 주교·사제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이 모인 공동체로서 노동자들도 곧 교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위계조직과 실질적 운영권에 초점을 둔 ‘협의의 교회관’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더욱 강조된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광의의 교회관’이 근본적인 합의점을 보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린 것으로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신자 노동자들은 교회 당국자들이 노동헌장에 명시된 정당한 노동조합 결성 및 활동을 인정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 따른 직업병의 확산과 주택난 문제, 저임금 등 불의한 정부 정책에 대해 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 발송과 합법적인 압력을 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발표자들은 교회는 이념이나 이익단체가 아니므로 노동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구체적인 정책 개입을 할 수 없으며, 각 지체의 원리에 따라 전문성을 가진 현상 노동자 스스로가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회가 이러이러 해주어야 한다”는 애달픈 노동자의 요구와 “교회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원칙 사이에서 실질적인 노동사목 방향을 도출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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