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18년 만에 얄궂은, 참으로 얄궂은 경험을 했다. 아들 녀석이, 뜻밖에도(주위에선 더러더러 있는 일이지만) 가출을 한 것이다. 이름 하여 ‘가출(家出)’이다.
가슴이 쓸데없이 두방망이질해대고, 아무런 이유 없이 공연히 눈물이 흐르며, 고만 고만한 체격의 녀석들은 모두 내 아들로 보여 길도 제대로 못 다니겠고, TV도 시청하기 힘들며, 신문도 사회면을 펼치기가 무서웠다.
각종 교통사고와 인신매매 등의 안 좋은 사건들이 먼 나라 일이 아니고 이젠 나와 관련지어져 시야에 클로즈업되어지니 3일 동안(녀석이 3일 만에 집에 왔으니…) 꼬박 잠을 설쳤고, 식음도 전폐하다시피 했다.
갑작스런 충동으로 세 녀석이 부산 바다구경(마산 바다와 색깔이 다른 줄 알았던지…)을 나섰다가 수중의 돈은 떨어지고 할 수 없이 갈빗집에서 심부름이나 해주며 차비를 벌고 있었다는데…
주님의 보살핌으로 녀석들을 빨리 찾아내어 집으로 데려 오긴 했지만 찾아온 지금은 또, ‘한 며칠 더 고생을 하도록 내버려둘걸 그랬나?’…하는 거꾸로의 모성애(?)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우발적이긴 해도 가슴 저 밑바닥엔 어떤 불만이 있었을 게 아니냐?’는 닦달에 녀석은 주님이 자꾸만 자기를 시험하는 것 같아져서 화가 나더란다.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첫째는 생각지도 않게 마산 고입 연합고사(전국에서 제일 경쟁치열)에서 낙방한일 둘째 그래서 또 부모님 말씀 따라 재수를 한다고 학원에 다니는데 그 학원에서(여태 두 번 시험을 쳤다) 노리던 1등을 두 번 모두 놓친 점이며 셋째는 아빠가 자기를 이젠 완전히 인정해주지 않는 듯해서…란다.
녀석은 또 덧붙이기를 엄마는 구역장이 되어 가지고 구역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 않고 처리를 잘해나가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겐 인색하기가 마치 팥쥐 엄마 같더라나 뭐라나…맙소사!
“주님!”
“이런 식의 항변은 도대체 어떤 모양으로 수렴해야 하옵니까?”
“참, 힘드네요”
“주님!”
“5억의 경쟁을 물리치고 이 땅에 태어난 우리들이 이것도 경쟁이라고 이런 아우성입니다요”
“하여, 주님의 온화한 말씀을 듣고자 오늘도 슬그머니 감실 앞에 두 손 한데 모으고 앉아 두런두런 일상의 넋두리를 주님께 아뢰고 있는 비비안나이옵니다”
“주님!”
“자애롭고 너그러운 어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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