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성월인 오월에, 성모님께 봉헌할 성지 때문에 받은 훈장 이야기를 하나 쓰고 싶다. 성지개발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화성경찰서 조사과 형사계장이 내 앞으로 보내온 출두명령서를 받고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동안 망설였다. 왜냐 하면 1차 출두명령서가 나왔을 때 교구청에서 해결을 봐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2차 출두 명령서가 날아오다니…. ‘할 수 없군.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난생 처음으로 화성결찰서 담당형사를 찾아갔다. 내가 찾아간 곳은 조사과였기에 타이프 때리는 소음과 바른대로 말하라고 다그치는 큰 목소리만이 내 귀청을 때렸다.
그래도 내가 관할경찰서 지구 내 본당신부인지라 친절하게 대하며 앉으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신부님! 불법이라고 고발을 받으셨으니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으셔야 합니다. 될 수 있으면 벌금형으로 했으면 하지만 심하면 구속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전과기록은 남습니다. (‘이놈 봐라. 누구 겁주네 아이쿠’ 속으론 뜨끔했다) 신부님! 그러나 성지가 교구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처벌에 대해 주교님이 책임지시겠다면 사건자체를 화성 관할에서 수원관할로 넘기겠습니다” 하고는 “24시간의 여유를 드릴 테니 교구에 가셔서 주교님과 상의 하세요.” (얼씨구 이놈 봐라 어르고 뺨치네. 이 사람아 주교님이 어떤 분이신데 처벌을 받으셔. 혹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가 받지)“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하고는 경찰서를 나와 교구청에 가서 주교님을 뵙고 경과를 말씀드렸더니 주교님께서도 격정을 하시며 “처벌을 받을 일이라면 내가 받아야지 젊은 사람이 전과자가 되면 안 되지” 하시는 것이었다. “아… 아닙니다. 주교님! 제가 해결해 볼 테니 걱정 마세요”하고는 그 이튿날 당장 형사를 다시 찾아갔다. 그 형사는 사건에 대하여 하나하나 물으며 조서를 꾸미기 시작했다. “성지성역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등. “농지를 불법으로 용도변경 하셨고 도시계획법을 위반하셨어요”라고 했다. 두 시간 동안 불편한 자세로 앉아서 조서를 꾸몄다.
그래도 담당 형사의 나를 도와주려는 성의와 친절이 조금 위안이 됐다. 그리고는 “지금 모든 사실을 다 인정하시죠? 그럼 도장을 찍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도장을 찍자 담당형사는 “신부님! 전과기록이 없으시죠? 예 그럼 이제 하나 올라갔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내가 전과자라니 그것 참… 어색한 웃음만 터졌다) 그러나 성지성역화사업으로 인한 전과기록이기 때문에 아주 기쁜 훈장인 셈이다. 현행법상 성지니 순교지니 하는 개념은 없기 때문에 성역화를 위한 메꾸기와 잔디를 심고 나무를 심은 전답은 당연히 불법인 것이다. 그러나 부끄러운 전과는 아니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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