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에 이어 단일팀을 만들어낸 축구 이야기가 어두운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만들어주고 있다. 일본의 작은 마을 ‘지바’에서 남과 북이 함께 어우러져 부른 ‘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한데 또다시 축구단일팀의 탄생은 참으로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텔레비전에 비춰진 이들의 모습은 이들이 수차 강조했듯 하나의 민족임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헤어지는 장면에서 이들이 흘린 눈물, 결코 강요에 의한 것이거나 거짓일수가 없는 이 눈물 앞에 함께 눈물짓지 않는 사람은 없었으리라.
축구 단일팀의 출범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하나가 되어야할 우리의 미래를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혹자는 탁구와 축구, 예술교류 및 기존의 남과 북의 교류가 시작됐다고 해서 그것이 곧 통일을 눈앞에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탁구에서 축구에서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한 팀으로 함께 뛰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통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기에는 우리의 단절이 너무 길었고 우리사이의 골이 너무 깊게 패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덩어리가 되어 뛴 탁구팀을 놓고 ‘작은 통일’이라고 명명한 매스컴들의 표현엔 전적으로 공감 할 수밖에 없다. 전 같았으면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던 일이었기에 작은 통일이라는 표현이 걸맞은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바로 ‘작은 통일’들이다. 그것은 일종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통일이라는 꽃을 피워내기 위해 뿌리는 씨앗들, 물론 그 씨앗들 중에는 불량품도 있을 것이고 척박한 땅에 떨어지는 씨앗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좋은 씨앗은 가려서 뿌리고 척박한 땅이라면 거름을 주어 기름지게 바꾸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씨앗을 뿌리는 장본인들의 마음인 것이다.
통일만큼은 ‘즉석 불고기’처럼 자리에 앉자마자 요리가 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생애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원대한 꿈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막중한 임무이다. 따라서 끈기와 정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미 우리가 보아왔듯이 이러한 일련의 시도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지나치게 생경한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다. 때문에 이질감 보다는 동질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진정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통일’이라는 ‘너무도 큰 단어’가 하나가 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일이라는 낱말 자체를 잊고 까조건 한데 어울려보면 어떨까. 자연스러운 어울림 속에서 물보다 진한 하나의 핏줄을 쉽게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이 통일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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