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농아인을 잘 모른다. 농아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니까 농아인을 무슨 괴물처럼 생각한다. 농아인이 과묵하게 생기고 가끔 괴성을 지르곤 해서 보통사람과 달리 괴상하게 보이는 것은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농아인은 장애자니까 앞을 못 보는 맹인이나 거동이 부자유스러운 지체부자유자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 모양이다. 농아인은 일반인들로부터 오해를 많이 받는다. 농아인은 겉으로 보기에 몸이 멀쩡하고 반듯하여 그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농아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농아인은 ‘가장 오해를 많이 받는 장애인’이기도 한 것이다.
농아인들은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TV나 영화를 볼 때 농아인들의 상태는 우리들이 무성영화를 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눈으로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는 농아인들에게 ‘자막’은 중요하다.
외국영화를 볼 때 자막 처리가 되듯이 TV의 모든 방송에 자막처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불편함을 안고 있기 때문에 병원, 은행, 관공서 등등 어느 곳엘 가더라도 소리에 대한 장애로 인해 겪는 불편함과 고충은 변함없다. 수화통역자가 배치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화통역자를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자원봉사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수화통역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국가에서 자격제도를 실시하여 농아인들의 복지에 배려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곳을 가든지 수화통역자가 배치된다면 농아인들의 사회생활은 한결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농아인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손으로 하는 단순노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복, 양화, 목공, 건설인부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전문직이나 사무직에 종사하는 농아인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일반직의 장애인고용 기피현상이 우리나라에서처럼 두드러진 나라는 없을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나라 등 선진국가에서는 취업의 문호가 넓게 열려있어 높은 임금을 받으며 잘사는 농아인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농아인들이 어려운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까닭은 일반사회의 부당한 차별대우에 기인한바 크다.
이렇게 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듯이 근본적인 문제는 부정적인 장애자관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자를 둔 가정 중에서 이를 외부에 밝히기를 꺼리고 골방에서 키우거나, 내버리는 경우가 있음을 볼 때 장애자 자녀를 둔 것 자체를 하나의 수치로 여기는 경향이 지배적인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장애자관이 지극히 부정적이고 편견과 왜곡에 가득 차 있음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아인 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들이 사회의 편견과 천대와 멸시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인간답고 명랑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나라에 건전한 장애자관의 확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왜냐하면 밝고 건전한 장애자관이 장애자들의 잠재능력을 계발시키고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활동을 촉진시켜주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농아인들도 민주주의가 부르짖는 이상의 하나인 기회균등을 보장받아 농아인 자신이 스스로 개방된 사회 속에서 기여하고 일함으로써 농아인 자신의 물질적·정신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며 이는 우리사회가 복지사회로 한 단계 올라가는데 있어서 튼튼한 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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