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기록해온 이 모든 글은 내 머리로 쓴 것이 아니라 체험으로 쓴 것입니다. 나는 꾸르실료를 마치면서 주님의 사랑과 권위를 증거하겠다고 마음으로 서원했습니다. 아마 주님은 나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길 저만치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한 다정한 가족을 보았습니다. 아기는 겨우 걸음마를 배웠는지 넘어질 듯 넘어질듯 뒤뚱거리며 앞장서 오고, 조금 뒤에서 젊은 엄마 아빠가 다정스레 이야기하며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평화롭게 걸어오는 서서 물끄러미 지켜보고 섰는데, 아기는 계단 밑까지 오더니 계단을 가만히 올려다봅니다. 나는 속으로 ‘옳지 계단을 올라가려나 보다 어떻게 올라가는지 보자.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가겠지 그러면 저 하얀 새 옷이 금방 흙으로 더러워질 텐데. 아니 그것보다 잘못해서 뒤로 곤두박질치면 어쩌나. 그러면 놀라서 금방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울어대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기는 올라가지 않고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듯 하였습니다. 그때 곧 아빠가 다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또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빠가 아기를 안고 저 계단을 올라가겠지 그러면 아기는 신이 나겠지’그런데 나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습니다. 아빠는 아기의 왼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이럴 수가 있나. 평지에서도 겨우 발자국을 떼던 아기가 아빠의 손을 잡는 순간, 아빠의 발자국과 똑같이 계단을 하나씩 밟고 성큼성큼 단숨에 뛰어 올라가 버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기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기의 작은 손을 잡은 저 아빠의 손이 바로 내가 늪에서 헤맬 때 힘차게 잡아주셨던 주님의 손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나의 손목이 잡힌 듯 나도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가야할 미지의 길에도 얼마나 많은 험난하고 거친 언덕과 계단이 가로 놓일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주님이 함께 계심을 믿고 있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나의 힘이 부족함을 느낄 때, 돌아서서 아빠를 기다리던 그 아기의 모습을 그릴 것입니다.
나는 직업상 나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비슷한 질문들을 곧잘 합니다. ‘왜 결혼을 하지 않습니까. 결혼을 하지 않고 무슨 재미로 살아갑니까. 외롭고 쓸쓸하지 않습니까. 늙어서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결혼을 하고서도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 않습니까’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 질문이 나의 생활을 대변해줍니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회답을 한마디로 묶을 수 있는 적합한 언어를 나는 아직 찾지 못할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러한 질문을 하시는 그분들 곁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주님의 사랑과 넘치도록 좋으신 그분을 알려드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나의 삶을 별스러운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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