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자주 쓰이던 때가 있었다. 요즘 쓰기엔 좀 생경한 느낌이 들고 실제로 별로 사용되고있지도 않는 말이다. 어느나라든지 고사성어ㆍ격언ㆍ속담 등은 있게 마련이고 까마득한 옛날에 만들어진 이 문구들은 세월이 지나도 별로 어색함없이 사용되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이치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문맹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문맹율 낮은 것은 곧 문화국민이라는 등식만 성립된다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생각하는「문맹」의 개념과 그들이 따지는「문맹」은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경우는 문자해독을 못할 때의 개념이고 그들은 첨단과학의 산물들을 사용할 줄 모를 때 문맹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가정에서 일상화되다시피한 컴퓨터、 또는 컴퓨터화한 가전기기 등을 다루지 못하는 것도 문맹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올해는 유엔이 제정한「문맹자의 해」다. 유엔이 생각하는 문맹은 아마 우리식의 개념에 의한 것이라 여겨진다. 세계적으로 볼 때 문자해독조차 하기 힘든 여건의 나라가 아직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전체의 집념과도 같은 교육열이 우리 문맹율을 낮추어 놓은 것은 분명하다. 「낫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조롱、 아니 그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한맺힘」에서 무서운 교육열이 나온 모양이다. 도가 지나친 교육열은 오늘 우리사회에 입시지옥을 불렀고、 청소년들의 사람답게 살 권리를 빼앗아가 버렸다. 이렇게 나가단「낫놓고 ㄱ자도 몰라야한다」는 속담이 생길까 겁이난다. ▼문맹자의 해가 우리와는 좀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혹시「하느님」이란 글자만 안다고 신자로 자처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락없는「문맹신자」다. 이름만이 아니라 그분을 진정으로 알고 그분처럼 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구체불능의 문맹신자일뿐이다. 90년 새해는 그분을 제대로 알기위한 노력으로 문맹을 벗어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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