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 여식이 안스러워서 어떻게 그 먼길을 홀로 가셨습니까. 생전에 저의 결혼을 보았으면 여한이 없다며 늘 가슴 아파하시더니. 가시는 길에 함께하지 못한 불효여식을 용서하십시오. 부음을 접했을 때 얼마나 하느님을 원망하였는지 오릅니다. 어머니의 영세를 얼마나 고대하고 있었는데 하느님께서 그럴 수가 있느냐고 말입니다.
나중에 어머니가 종부성사를 받았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느님은 원하는 사람을 절대로 버리시지 않는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마리아로 부르면서 미사를 드렸을 때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성탄절 고향에 갔을때 언제 떠날거냐고 물으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다고 몰래 떠나가라던 어머니. 봄에 다시와서 오래오래 곁에서 지내려고 했는데…
어머니, 저는 어머니의 소원대로 어머니를 빼닮은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무신론자지만 주일미사 참례를 위해 전차로 30분 걸리는 다마쯔그리 성당에 바래다 줍니다. 그리고 미사가 끝나면 함께 집으로 옵니다. 그리고 저는 허물없는 남편에게 은총을 빕니다.
유난히도 제게 많은 사랑을 베푸신 어머니, 저는 이제 아무런 욕심이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를 조금씩 도우며 살아갔으면 하는게 전부입니다. 어머니, 저와 저의 가정의 행복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주님곁에 평안히 머무십시오.
연도를 위해 방문해주신 중문성당 신부님과 교우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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