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필 때 그 향기로움이 계곡을 흘러 퍼질 때라야 우리나라의 여름은 시작된다.
사계절이 분명하지 않은 추운 극지방이라든지, 일 년 내내 무더운 여름만 있는 열대지방에는 봄이나 가을이 없다.
계절의 특성을 살펴보면 봄철이란 삶의 시작 또는 준비과정일 것이고 여름철은 일을 시작하는 활동시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봄·가을에는 주변을 살펴가며 되돌아보고 지금껏 열심히 사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쉰다는 것은 보다 남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므로 꼭 밟아야 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쉼이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들의 형편은 온통 쉼 또는 여가 그 자체를 목표로 살고 있으므로 언제나 지쳐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일을 수행 하려 할 때 거기에는 사전준비를 하고 실행계획은 세우고 언제 마무리한다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는 때로는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힘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되지만 올바른 방법은 결코 아니다. 신앙생활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치는가?
스포츠맨은 항상 동적이고 기록갱신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많은 땀을 흘려야만 된다. 예술가는 새로운 사교력을 개발하고 독창적 기법을 이용하여 창작의 꿈을 키워가는 일이 한층 중요한 일이다. 정치가는 크든 작든 나라의 나아갈 길을 정당하게 제시하는 국민의 대변자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자들이며 훌륭한 정치가는 가정이나 단체나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보다는 세상을 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요즘 같은 도덕성 회복이나 가치관의 복원이 절실할 때는 누구보다 모든 계층의 지성인 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교회조직은 속성으로 보아 계시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교회의 역사에서 보면 많은 사실들이 부분적으로는 수정되었거나 다시 보완되어 왔지만 놀랍게도 동질성과 전통성은 역사의 흐름이 역류했음에도 오늘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우리 조상들은 살기위해 삶의 터전을 찾아 유목생활을 오래전부터 영위해 왔으며, 농경지의 이용을 활성화 하면서 부터 땀을 갈거나 짐승의 사냥으로 가축을 돌보는 기술이 축적되기에 이르렀다. 환경의 적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경험하며 오랜 세월을 지나 오늘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 즉, 삶이란 말로만 이룩되는 것은 아니고, 어느 한날 갑자기 손에 쥐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라고 본다.
꿀벌을 기르며 벌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놀랍고 신비스런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꿀벌의 세계는 질서를 생명으로 하고 있고 여왕벌·일벌·수벌의 계급과 역할분당은 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3권 분립 제도가 절대적이다. 이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일벌들이 여러 종류의 식물 꽃에서 어떻게 꿀을 따오는가에 있다. 비오는 날을 빼면 거의 매일 꽃을 찾아 나선다.
한번 꿀을 따오는 양은 약50mg 쯤 되니까 꿀 한되를 만들려면 일벌 한마리가 4만 번이나 외출해야 한다.
그 뿐인가. 따온 꿀에는 수분이 많으므로 그대로 두면 부패하여 식량이 못된다. 그래서 벌통 안에 있는 다른 일벌들은 꿀을 하루에 30회 정도 자기들이 마셨다가는 뱉어내는 작업을 되풀이하여 효소를 첨가하며 날개운동을 계속하여 꿀 속의 수분을 증발시켜 천연벌꿀로 저장한다.
일벌들이 이와 같은 힘든 일에 종사하지 않고 벌통 안에서 지낸다면 2년 동안 생존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집을 짓는 일에 가담하거나, 매일 꽃을 찾아 헤매면서 꿀을 따는 작업을 맡은 일벌은 한 달이면 수명이 다해 죽는다. 그래도 이들은 쉬지 않고, 남에게 자기 몫을 떠넘기 않고 부지런히 일한다.
또 꽃이 많이 있는 곳을 찾아낸 일벌은 집에 돌아와 다른 벌들에게 꽃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춤을 추어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우리네 사랑하는 세상과 꿀벌의 세상 중 어느 곳이 진실된 세상인지 확인되었다. 벌들은 생각하거나 말하는 방법과 기술이 우리 인간에 비유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꿀벌들은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다. 남을 속이는 일, 내 할 일을 남에게 떠넘기지도 않고 거짓도 없다. 오직 성실하게 살아가니까 꿀벌의 세계는 맑고 진실된 것이 전부다.
한 처음, 말씀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셨고 그 세상 모두를 지배하도록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특은을 그동안 우리 어떻게 누려 왔는가.
이제껏 생각하는 일이나 행위를 모두 이익에만 맞추나 보니 온통 지저분한 사회가 되지 않았는가.
그것은 내 스스로 열심히 살고 성실해야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없었으므로 얻은 결과 이다.
사회 정의와 민주는 소리쳐서 얻어 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명을 충실히 이루려는 의지와 성실한 삶이 뿌리 내릴 때만이 가능한 것이며 이것이 없는 과정은 눈가림일 뿐이다.
어찌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꿀벌보다 못하게 되었는가를 반성하여 교회의 역사와 같이 열심히 생활하는 지혜를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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