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10일자 본보 5면에 게재된 「핵발전소의 위험을 경계하며」란 글을 접한 안양 석수동 본당 정명섭씨가 이에 대한 의견을 보내왔다. 정씨는 영광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며, 또한 한국전력공사의 직원이기도 하다. 이에 본보는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註>
김형, 먼저 두 아이를 잃은 김형께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아이를 가진 아버지로서 김형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구랍 10일자 김형의 글을 접하고서 원전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얼마나 깊은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직업인이며 신앙인으로서 안타까움과 답답함 금할 길 없습니다. 직업인으로서 생의 보람과 정신적 지주가 되는 직업윤리가 있으며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지고한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형은 자신을「영광원자력발전소 피해자」로 밝혔습니다.
저는 김형이 근무한 영광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수년간 참여하였으며 지금도 원전건설사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무뇌아사건을 일으킨 가해자 중의 하느님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처음 무뇌아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큰 사건이며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원전지역주민은 물론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김형을 비롯한 지역주민은 물론 원전종사자들 또 한 큰 심적타격을 받았으리라 믿습니다.
김형, 저는 원전 종사자로서 망설임 끝에 이글을 적습니다.
저의 글이 자칫하면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주의 민감한 입장으로 매도되거나 자신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는 않는가 하는 노파심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불신의 늪에 빠져있다는 생각과 이에 따른 영향이 너무 큰 것 같아 용기를 내어 김형과 대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무뇌아사건 이후 이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단체인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와 국내 핵의학전문가에 따르면 무뇌아는 우리나라에서 태아 1천명에 1~2명꼴로, 영국 등 유럽국가에서는 1천명당 7~8명꼴로 다소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고 방사선피폭과의 연관성을 밝힌 사례나 연구보고는 현재까지 단 한건도 없다고 합니다. 또 무뇌아를 연구해온 전문가는 「김씨가 방사능에 노출됐더라도 이것을 부인의 뇌없는 태아 유산과 관련짓기 어렵다」 (89년 8월 4일자 한겨레 신문 보도) 고 밝혔습니다.
어느 사회나 현상에 대한 반대논리는 있을 수 있으며 이 또한 정책입안에 수렴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때 원전에 부정적이었던 모야당 총재는 6개지역 핵추방공동투쟁위원회 회장의 원전건설 저지 건의에 대한 답변에서 원전은 생각처럼 그렇게 위험한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 사정상 건설할 수 밖에 없으나 그로 인하여 손해나 피해가 발행할 경우에 보상과 혜택을 주고 주인에게 충분한 홍보를 통하여 합의하에 건설해 가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형,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원자력은 에너지원은 물론 의학이나 산업분야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는 반면 원폭제조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바로 이점이 원자력이 가진 양면성입니다. 현대 모든 과학기술이 그렇듯이 문명생활의 요체이자 잠재적인 위험요인이기도 합니다. 원자력을 잘 이용하자는 주장이나 위험하니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이나 결국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적 공감대형성이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 가장 큰 과제는 안전성이며 무엇보다도 이데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이 결코 원전의 피해자이어도 안되며 저 또한 가해자가 되어서도 안될것입니다. 우리는 오해와 불신속에서 똑 같은 피해자인지도 모릅니다. 이 시대에 존재하는 갈등이라고 생각됩니다. 갈등은 풀어야 하며 해소된다는 전제하에 사회발전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갈등을 풀기위해 우리 모두 다같이 진지하게 그리고 부단히 노력합시다.
김형, 주님의 평화가 당신과 가정에 함께 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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