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평일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의 일이다.
웬 오빠가 가방과 모금함을 들고 타더니 승객들을 주목시키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저는 XX동에서 포항향토학교의 교사인 ㅅ대학생 ○○○입니다. 저희 향토학교는 정식으로 공부할 기회가 없거나 공부할 시기를 놓친 근로청소년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야학입니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 난방시설이 전혀 없어 학생들은 추위에 떨며 공부하고 있고, 자칫하면 배우려는 의욕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그 동안의 비용들은 저희교사들과 학생들의 돈을 털어 충당했습니다만 이러한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저희들은 이 모금함을 들고, 시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때 나에겐 돈이 하나도 없어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그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하여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야학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환경이 어려운지는 몰랐다.
좋으신 부모님 보호아래 편하게 공부하고있는 나는 그런 것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조금 불편하면 짜증내고 부모님께 순종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우리의 본분인 공부에 힘쓰지 않고 교육을 통하여 바른 사회생활의 기초를 닦으려 하지 않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좀 떨어진 비유일 지 모르나 주님과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과 사랑이 무한하지만 우리는 그것은 느끼지 못하고, 혹은 느끼고 있지만 생활 속에서 지나칠 때가 많았다.
특히 주님의 자녀로서 모순이 되는 것은 우리의 상황이 조급하고 서글플 때에만 주님의 사랑을 더욱 기대하고 바랐다는 것이다. 기쁜 일이 있을 때에는 주님께 감사드렸던 일이 적었고….
주님의 자녀된 도리를 잘 하기위해 힘쓰기 것보다는, 세상의 온갖 유혹에 넘어간 나의 생활에 주님의 의미를 맞추어 넣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다른사람과 남다르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주님의 자녀인 우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곤난을 극복하고, 배움에 힘쓰는 야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 젊음과 노력과 가진 것을 모두 털어 봉사하는 야학교사처럼 나도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느끼며 열심히 공부하고, 기도하며 생활하는 삶이 되게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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