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에 못 들어보던 이야기들이 자주 들린다. 「과소비」라는 말이다. 사냥이나 낚시를 하러 알레스카나 괌도까지 전세 비행기로 간다든지, 어린 아이가 백만원짜리 수표를 가지고 장난감을 사러 갔다든지, 등등….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우리 본당에는 경로회원(60세 이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임)들이 있다. 나는 이분들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서울 도봉산밀 가난한 동네에 일거리도 별로 신통찮은 할아버지들이 본당 신축기금에 도움을 주시고자 폐품 수집을 하고 계신다. 이런 일을 하는데 늘 앞장을 서는 안드레아 할아버지!
그분은 언제나 헌 오토바이 뒤에다 리어커를 붙들어매어 달고 다니신다. 어느 집에서 고물이 있다고 말만 하면 즉시 자가용(?)을 대동하고 찾아가신다.
성전 신축을 하느라 그 동안 이사를 몇번씩 다녀야 했다. 이사짐을 싸고 풀 때마다 생기는 지저분한 종이들, 젊은이들이 쉽게 쓰레기통에 버리고 태워 버릴양이면 할아버지는『폐휴지 모으는 줄 알면서 아깝게 그건 왜 태우나!』하시며 일일이 쓰레기통을 뒤져서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골라 놓으신다. 이렇게 모든 폐휴지를 꽁꽁 묶어 고물상에 팔면 한 트럭에 8만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 소주병, 이것 또한 반가운 것들이다. 이 소주병을 모아 레지오 단원들이 세제로 닦아 놓으면 할아버지 자가용이 실어다 기름집에 직접 팔아 한 개당 40원씩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 할아버지들이 몇 달동안 모은 돈이 무려 2백만원이 되었다. 2백만원이 달성되던 주일날 주보에『드디어 2백만원을 봉헌했습니다』라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할아버지들에게 질세라 어느 할머니 손주가 타던 유모차를 끌고 도봉동 일대를 다니시며 모은 폐품값 20만원을 봉헌했다. 이런 신자들의 마음에 거룩한 불을 지른 우리 신부님. 60을 내다보는 외국인 본당 신부님. 성전을 짓기 시작하자마자 식복사 아줌마를 내 보내시고 손수 식사 빨래를 하시는데 지금 계시는 지하 사제관은 물이 나오지도 않고 물을 버릴 수도 없는 곳이다.
본당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성전을 짓느라 이렇게 아름답게 사는 우리 본당 교우들에겐「과소비」가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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