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6월이 왔다. 예전 같으면 6월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너무나 잔인한 달이었다. 우리의 금수강산을 피로 물들이면서 세계역사의 한 페이지를 어둡게 장식했던 6월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총부리는 맞대고 있고 가슴에 맺힌 피멍자욱은 여전한데 오늘 우리가 맞는 6월은 과거 6월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그 무엇이 있다.
바로 며칠 전 유엔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한 북한의 돌연한 태도 변화가 바로 그 무엇의 주인공이다. 어디 상상이나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이었는가. 하나의 조선을 표방하면서 고집스럽게 버티어온 그들이기에 북한의 유엔가입 전격발표는 머리가 띵할 정도의 충격적 뉴스임에 틀림이 없다. 북한이 비록 남한의 단독가입에 대응키 위해 내키지 않은 선택을 했다하더라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은 지금까지의 전개과정으로 보아 변화라는 물줄기에 한발을 디딘 셈이라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목과 대립으로 살아온 41년도 부끄럽지만 지금, 우리에게 치욕스러운 것은 지구상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분단국가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이다. 통일 독일의 등장 이후 우리의 분단 현실은 세계 언론들의 입방아에 심심치 않은 주제로 떠오르곤 했었다. 중동지역과 더불어 세계의 화약고라는 불명예를 아직도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6월은 이제 잔인하다기 보다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세계 역사를 모범 답안이라고 본다면 오랜 단절은 융화를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받아 드릴 수밖에 없다. 한 민족, 한나라였던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따로 나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전쟁으로 인한 오랜 반목이 그 원인이 되었다.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단일팀의 탁구, 그리고 축구를 보면서 기쁨 속에서도 가슴 한구석이 썰렁한 것은 남과북 사이에 놓인 공간의 넓이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다 빨리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강박관념처럼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가 되기 위한 길은 가시밭길이 분명할 것이다.
현실적으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무던한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기도 할 것이다. 만일 내가, 우리가 서로를 진정한 형제와 자매로 받아들인다면 가시밭길이 두려울 리가 없다. 손해는 오히려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인내와 끈기는 우리민족의 자랑이 아닌가.
북한의 유엔가입 선언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선택이 온전히 타의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이제 공식적으로 국제부대에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 긍정적 변화가 결실을 맺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하겠다. 북한의 유엔가입 선언이라는 큰 변화의 물줄기 앞에서 맞는 이번 6월은 침묵하는 교회를 위해 우리가 맡아야할 몫이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시작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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