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태양이 인간을 사랑하는 예수성심의 심장처럼 뜨겁게 느껴지는 6월이다. 이달에 우리는 예수성심성월을 지낸다.
인간의 사랑에 굶주렸던 예수께서 프랑스 방문회 수녀였던 마르가리따 마리아 알라꼭 성녀(1647~1690)에게 당신 성심을 내보이시며 “보라! 사람들을 이렇듯 사랑했고, 그들에게 이렇듯 많은 은혜를 베풀었건만 이 무한한 사랑에 대해 오직 배은망덕만 당하는 이 성심을! 내 성심은 망각·무관심·무례를 견디고, 때로는 특별한 사랑의 유대로써 내 성심과 밀접히 결합된 이들로부터 이 모든 능욕을 당한다”고 토로하셨다.
이와 함께 예수께서는 마르가리따 성녀에게 당신 성심을 영화롭게 하는 특별 축일을 제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교회가 제정한 예수성심대축일을 오는 6월 7일 맞게 된 것이다.
예수께서 성녀에게 발현하셔서 상처받은 당신 마음을 내보이시던 1673~1675년경 당시 유럽은 냉담과 불신, 합리주의와 유물론 및 윤리의 타락으로 인해 죄악이 넘치던 시대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전세계 곳곳에 전해진 오늘날에도 당시의 패륜이 재현되어 있다. 강대국의 군비경쟁·자원축적 속에서 약소국들은 정치 불안·빈곤의 누적가운데서 허덕이며, 가난한 이들의 몫에까지 착취를 일삼는 가진 자들의 횡포와 풍요 뒤에는 기아와 질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수많은 약자들의 비명이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나라에만도 어둠을 조장하는 악의 세력이 활개 치는 가운데 사회구조의 모순은 커져가고 빈부의 골은 더욱 넓어졌다.
뿐인가. 계층 간의 단절이 심화된 채로 상호 이해를 위한 대화의 장은 좀처럼 마련되지 않은 채 퇴폐와 타락의 모습이 각 분야에 도져 죄악이 창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오늘날의 교회는 어디에 서 있는가.
세상과 사회, 타인과 자신의 죄에 대한 대속과 보속, 하느님 사람에 대한 보답과 희생적 행위를 공적 혹은 개인적으로 더욱더 바쳐야 함에도 불구 오늘날 대속 보답이라는 단어와 의미는 교회에서 점차 퇴색돼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자수가 근래 수십년대 몇 배나 급증했지만 성체조배자는 오히려 감소한 모습을 보이며 평일미사 참례자도 별로 늘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가시화(可視化)된 존재로서, 그분께 대한 마음의 표현이 바로 복음의 으뜸 계명 곧 ‘하느님을 온힘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일진대 그분의 사랑에 대한 보답·위로·잦은 성체조배·십자가 묵상 등의 신심행위 없이 자선·정의선포·종 활동에만 힘쓴다면 본말이 전도됐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모쪼록 우리는 이 한 달 동안 인간에게 결합된 연이신 성령의 부추김을 받다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과 모든 일의 근원인 예수그리스도께 마음을 모으면서 그분의 성심을 공경하고 위로하며 죄에 대해 보속하는데 전력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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