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이 가까운 노인이 미사 때 복사를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그 옛날 소년시절에 보미사를 했던 추억이 새삼 새롭기만 하다.
우리 본당에서는 매주 목요일 밤 11시 반부터 새벽 1시 반까지 정례적으로 성시간을 갖는다. 성시간은 성체강복예절, 성시간 기도를 바치고 미사봉헌(예수성심께 바치는 특별미사)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주일이나 평일미사 때는 아동복사단의 복사가 전례를 집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나 심야전례이기 때문에 복사 없이 성체강복과 미사를 봉헌해야하는 아쉬움이 누구보다 나에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어느 때인가, 대구 계산동성당에서 주일교중미사에 참례했을 때 어른들이 경건한 자세로 미사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부러웠었다. 우리본당에서도 어른 미사복사가 가능하다면 꼭 참여 해야겠다고 굳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주임신부님께 “복사 없이 성체강복과 미사를 봉헌하니 아쉬움이 많습니다. 신부님께서 허락 하신다면 제가 복사를 하는 것이 어떨까요?”하고 의견을 물으니 신부님께서 매우 기뻐하시면서 즉석에서 허락해 주셨다.
옛날에는 라틴어로 응답을 했으나 요즘은 어려운 응답이 필요 없고 동작만 하기 때문에 수녀님의 간단한 지도를 받고 첫 복사를 서게 되었다. 복사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수녀님께서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니 어린 시절과 다름없이 그저 기쁘기만 했다. 장백의 입는 데에 익숙지 못하여 간혹 앞자락을 밟기도 했으나 우리 교우들은 노(老)복사의 작은 실수를 너그럽게 봐 주어 고맙기만 했다.
1년 동안 성광과 성합 등 성물취급의 특전을 받고 있는 복사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건강한 자세로 열심히 복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주님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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