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나병의 날인 1월 28일은 한국 교회가 스물세번째로 맞이하는 「구라주일」이다. 말뜻그대로 나환자들 구하고자하는 구라주일은 1968년 한국 주교회의가 세계 나병의 날을 구라주일로 설정한 이래 올해로 23회를 맞은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구라주일은 한국의 나환자들을 기억하고 이들을 돕는 특별한 날로 기억되면서 한국 교회안에 자리해 왔다.
한국 교회의 나사업을 지원하고 나병 퇴치에 크게 기여해온 것이 구라주일이라는 것은 모두 잘 아는 사실이지만 올해의 구라주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바로 「마지막 구라주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84년 주교회의가 구라주일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데 이어 85년 가을 주교회의에서 91년부터 구라주일을 폐지키로한 이후 5년이 지나 올해로 마지막 구라주일을 맞게된 것이다. 그 동안 건의문·탄원서 등을 통해 구라주일 존속을 호소해온 나사업연합회는 구라주일 폐지에 대비한 장기발전 계획을 수립, 추진해왔다고한다.
연합회가 추진하는 계획 중에는 구라주일 통폐합 결정을 보류연장하되 90년 이후의 헌금은 사회복지 기금으로 대폭 할애토록 한다는 것과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헌금없는 구라주일 존속을 주교회의에 건의하는 것등이 포함돼있다.
구라주일이 연합회, 아니 나환우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날을 통해 한국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다함께 나환우를 기억한다는 사실과 이들의 정성이 담긴 「특별헌금」을 통해 구라사업의 기금이 마련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원속에 성장해온 구라활동으로 구라주일 설정당시 8만명이던 전국의 나환우는 현재 3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철저히 사회로부터 격리된채 소외된 사랑으로 살아야했던 나환우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놀라우리만큼 신장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구라주일이 폐지되고 구환주일로 통폐합된다는 결정이 마땅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특히 나환우 못지않게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 장애자들과 폐질환 환자 등등을 생각한다면 구환주일로의 통혜합은 쉽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깊이 생각을 해 본다면 구라주일 폐지는 어쩐지 소극적인 결정이라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균형적인 지원을 하고 또 신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은 바람직하지만 기왕에 있던 특별주일을 폐지한다는 것은 적극적인 사고에 의한 결론이 아닌것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라주일 폐지는 이미 내려진 최고의 결정이고 이를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연합회가 주장하듯 헌급없는 구라주일 존속을 주교회의가 구려해주기를 요청하고 싶다. 헌금없는 구라주일을 통해서 계속 나환우들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을 촉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지구상에는 아직 1천만명이 넘는 나환우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들도 역시 우리의 형제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