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같이 계절에 구애됨이 없이 전천후 물량공세로 무엇이나 마음대로 얻을 수 있는 시대에 항상 여러 가지 꽃과 식물들을 만나게 됨은 여간 천연스럽고 귀한 자연의 고마움이 아닐 수 없다. 때맞추어 사방에서는 갖가지 이름의 기념할만한 일들을 위해 정성을 담아 또는 치레로 마음껏 단장한 꽃들을 바구니에 담거나 화환을 만들어 부산하게 전해주고 받는 걸 본다. 말없이 전하고자하는 표정만을 간직한 이러한 모습들은 더하거나 덜함이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 보이기에 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간혹 우리들은 어떤 일을 두고 심중의 말 한마디가 곧이곧대로 전해지지 않아 애태우게 된다. 격려의 의미가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자세한 속마음을 몰랐던 까닭으로 과장되거나 곡해되어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잠깐 마음에 새겨 간직해 두었더라면 발효하여 완숙될 것을 밝혀야 된다는 이유로 끄집어내면 그만 걷잡을 수 없이 봇물이 터지게 된다.
이런 와중의 길목에서 여리고 미숙한 채로 기웃거리거나 헤맬 때, 그나마 여태껏 나를 지탱해준 그 한마디는 “이 모든 일을 마음에 새겨 간직하였다”(루카 2,51)고 하신 어머니의 모습이다.
마음에 벅찬 일이 생겨도 드러내지 않고 수난의 고통에 동참하면서도 통곡을 삼키어 감수 인내하신 통고의 어머니인 성모님은 하느님의 크신 이루심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온전히 극기와 희생으로써만 비켜 서 계신 분이셨다.
과연 우리는 범사에 초연할 수 없어서 또 묵과하지 못해서 생기는 아픔을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항상 부활의 기쁨만을 만끽하려고 설레는 이 짧은 소견 앞에 하시는 말씀 “피나는 눈물의 애쓴 흔적만이 승화될 수 있고 땀으로 삭이는 안간힘 또한 필요한 때”라고 말없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이번만이라도 어떠한 것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무형의 빈 터를 마음속에 간직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