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의 법칙은 자연과 인간에게 적용되는 만고의 공통된 진리이다. 특히 불교에서는 이를 기조로 교리를 세우고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행한 것이 그에 해당한 업보를 남기어, 그것이 오고 오는 영겁에 윤회전생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무아해탈과 대자대비로 이 윤회의 사슬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도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죽음을 낳는다”하며 욕심이 사랑으로 변하고, 죄가 의로 대체되고, 죽음이 생명으로 극복되는 길을 모색하여, 마침내 그리스도께서 그 실증을 얻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여기서도 인과의 법칙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윤리적으로도 그렇다. 공자는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간다”는 것을 가르쳤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발견되는 속담이다. ‘바람에 심어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는 말은 악을 심으면 몇 갑절의 더 악한 열매를 거둔다는 것을 경고한 말이다. 악에서 뿐만 아니라 선에서도 인과의 법칙은 마찬가지다. “네게 원치 않는 것들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한 공자의 말이나 “네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한 예수의 말은 선한 원인에서 선한 열매를 거두는 진리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런 원리에 사람들이 등한시하며, 나아가 이를 무시 불신하고, 오직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악인이 번영하고 의인이 수난당하는 예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당장 눈앞에서 보는 근시적인 판단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거시적인 견지에서 원대한 경륜을 그리는 사람에게는 이 원리가 살아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저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다 같이 공동사회라는 몸의 지체가 되어서 산다. 서로 몸이라는 전체를 위하여 각자의 충성을 바침으로써 각 지체가 상부상조하는 조화를 얻고 또 다 합하여 건강한 몸을 지탱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남을 위하고 남이 나를 위하는 심정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만이 자타가 공존공생하는 길이 된다. 남의 피를 마시려면 제 입에 그 피를 물어야 한다. 살인은 우선 자기 마음속에서 자기 자신을 살해하지 않고는 되지 않는 행위이다. 우리 사회에는 소위 악질적인 라이벌 의식이 각계에서 자행됨을 본다. 내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와 비슷한 경쟁자를 없애야 한다는 악질경쟁심이 만연하고 있다. 그래서 허위선전과 중상모략을 꾸며 이를 음으로 양으로 퍼져 나가게 한다. 선량한 시민은 이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결국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사회에 파탄과 혼란을 가져온다.
너와 내가 함께 살아야할 공동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결국 굶주린 자가 제 팔을 뜯어 먹는 것과 같은 자살행위다. ‘제 욕심만 채우려고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가 멸망한다’는 옛말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
요즈음 우리의 사회는 공동체의식과 도덕성의 상실에서 오는 각종의 사회악이 창궐하고 있다. 인의예지, 명예, 체면 등 가치규범의 난마로,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고 황금만능의 사랑에 젖어서 돈을 위해서는 여하한 범죄행위도 불사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황금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선량한 다수의 시민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을 치유하여, 공존공생 할 수 있도록 ‘인과응보’의 참뜻을 재음미하며 겸허하게 자아성찰을 실천해서, 이기주의 때문에 마비된 우리의 양심과 도덕성을 회복시켜서, 먼 훗날 인생의 뒤안길에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영위하자.
남을 상하게 하는 것은 곧 자기를 상하게 하는 것임으로, 우리는 서로 사랑과 상부상조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남을 해침으로써 자기만이 살겠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청산하여 공동사회에서 기피받는 사람이 되지 말고 필요한 사람이 되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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