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이 오면 마지막면인 12면을 먼저 펼쳐든다.
그러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눈 안 가득 ‘일요한담’ 코너가 들어온다. 애독하는 코너의 글이란 아무리 길어도 짧게만 느껴지는 것. 한자라도 놓칠세라 눈을 부릅뜨고 어린 꼬마들이 과자를 아껴먹듯이 그렇게 아껴가면서 읽어 내려간다.
특히 얼마 전에 글을 쓰셨던 박희동 요한 신부님의 글은 편안하고 부담도 없고 또 묘한 매력이 가득 전해지는 듯해서 참 좋았다.
‘주교님의 수단’에서는 신부님들의 검소한 생활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고 ‘아싸 호랑나비’는 재미도 있었지만 인간적이고 싶은 신부님과 그렇게 되길 거부하는 신자와의 대립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끝으로 ‘내가 신부가 된 이유’에서는 신부님께서 짊어지고 가시는 십자가가 보이는 듯 착각이 일었다.
나 자신만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며 주님께 호소하고,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해선 보속하려하기 보단 어쩔 수 없었다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면서 지내 왔었던 순간들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따뜻한 봄날 조용히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 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리면서 지면으로나마 마당에 곱게 핀 철쭉의 화사함과 신부님의 건강을 비는 마음을 함께 담아 광주로 띄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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