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성모성월의 아름다운 오월은 지나갔다. 고요한 저녁바람과 아카시아의 꽃향기 속에서 봉헌되던 성모의 밤들도 끝나고 화려한 꽃다발을 들고 몰려오던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다시 혼자가 되신 성모마리아! 이제 성모님 발밑에는 아쉽고 가난한 사람과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고통받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호소를 하러 때때로 찾아 올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자식들을 위한 어머니들의 기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는 묵주의 기도 중 환희의 신비에서 성모님이 예수아기를 성전에 드리심을 자주 묵상한다. 그때 성모님은 예수님과 함께 산비둘기 한 쌍을 제물로 바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 부자는 양한마리를, 가난한 사람은 비둘기를 바쳤다고 한다.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봉헌하시면서도 산비둘기 한 쌍만을 바쳐야만 했던 가난한 성모님, 그러나 그것이 최선이었기에 하느님 보시기에 더욱 향기로웠던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 이 땅의 어떤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하여 못하는 것, 안하는 것이 없다. 값비싼 옷, 값비싼 과외비, 값비싼 학용품 등, 만약 자식의 출세를 위하여 하느님의 환심이 필요하다면 그 하느님께도 두둑한 빽을 휘두를지도 모르겠다. 그런 행위만이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산비둘기 한 쌍만을 하느님 앞에 바치시며 성모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하느님만은 나의 가난함을, 그러나 그 가난한 마음 전부를 들고 성전에 봉헌하러온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아시고 또 보시고 계실 것이다. 다만 품에 안긴 아기만을 하느님의 뜻과 계획대로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이런 기도를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오 성모여! 당신의 산비둘기는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더 크고 화려한 예물과 소란에 기가 죽어버려서 잿빛 날개를 접고 어딘가에 숨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성모님 당신께서는 그때 당신이 제물로 바친 산비둘기가 오늘날 어머니들의 값비싼 예물에 비하여 너무 빈약하고 또 어머니들의 극성이 보기 민망하여 그만 외면을 하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그러나 소외되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위로자이신 성모여! 아직도 산비둘기조차도 마련 못하는 더욱 가난한 어머니들의 마음을 헤아리시어 ‘구구구’ 노래하는 다정한 산비둘기를 불러 주십시오. 그 희망과 평화의 새를 보내 주십시오. 그 산비둘기들이 언제나 서서 기도하고 계시는 성모님 앞에서 아름다이 날아다니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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