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맹인선교회는 지난 1월 16일「90년대의 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한국 교회와 사회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심상태 신부(가톨릭대 교수), 안병영 교수(연세대), 이익섭 교수(연세대)가 강사로 출연, 한국교회와 사회·장애자복지에 관한 전망을 밝혔다. 이에 본보는 심상태 신부와 안병영 교수의 강연요지를 2회에 걸쳐 정리, 게재한다.
<편집자註>
제2차 바티깐공의회 소집 이전까지 전형적인 선교지역의 젊은 교회에 속한 한국교회는 서구교회와는 대조적으로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우리 교회가 밝고 자랑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교회의 응달진 모습이 있다. 우리는 이 부분을 분명히 보아야하겠다. 이 부분은 교회의 기본자세 그리고 신자들의 내적 성숙도와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교회는 나자렛 예수를 인류의 구원자,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우리 교회의 운명은 예수라는 인간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이 신앙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 교회의
원조적인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가 하신 말씀과 활동에 그 기본을 두고 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모시는 교회공동체에서는 지도자들이 오히려 모두를 위해 봉사, 종노릇하는 그런위치에 서야함을 예수는 분명히 하였고 예수 스스로 봉사자의 삶을 사셨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회는 전근대적인 사회질서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진리를 가르치고 죄인들을 거룩히 하며 백성들을 다스리는 권한이 오로지 교회지도자들에게 집중되고 여러 형제자매들인 평신도들은 전제군주체제하에서의 백성들처럼 교육·성화·치유받는 군중의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원형적 교회의 모습이 변질된 것을 지나칠 수가 없다.
그리스도는 모든 이의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말째자 되어야하고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하였는데 오늘날 교회지도자들은 명실공히 지배자·통치자의 위치에 서있는 것이다.
사회가 민주화되니까 교회도 민주화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고 오늘날의 교회, 서구에서 정착되고 우리나라에 전래된 교회는 복음적인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명실공히 하느님 백성의 봉사자의 자세를 취해 교회의 구성원들, 전하느님 백성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교회의 모습이 돼야한다.
하느님의 뜻은 백서들을 통해서 발해지지 자의적·임의적으로 한 특정인만을 통해서 우리 인간들에게 전해
진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교회의 구조는 민주화라는 말이 너무 세속적으로 들린다면 복음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두번째 지적해야 될 부분은 우리 교회가 부지불식간에 집단적 이기주의에 젖어있지 않는지 반성하는 일이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홀로 생활할 수 없다.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남과 어울려 함께 사회생활을 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집단이기주의 현상인 유유상종은 국제사회에서, 민족사회에서도 그 규모를 달리한채 성행되고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자신들의 안전·세력확장 또는 자신들이 취득한 권리·기득권 보호에 목표를 두고 그것이 인정되고 존중되는 한에서 다른 집단과 선린관계를 맺고있다.
우리교회 안에 수많은 교구·본당·수도회 단체들이 제 각각 자기만을 내세우고 자신들의 세력확장만을 내세울 때에 밖에 있는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교회는 중산층화되었다는 차원을 넘어서 부유층을 위한 교회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부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농촌과 어촌의 교회는 빈곤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이 화려한 장식들의 교회에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셋째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교회는 내적으로 미숙하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신앙의 깊이가 그리 깊지가 못하다. 때문에 집단적인 신앙행위, 그래서 행사의 참여등은 참으로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몰라도 한사람 한사람 신자들이 여하한 역경 속에서도 참으로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면서 그리스도다운 삶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우리사회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교회가 스스로 우리 국민들이 바라마지 않는 삶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모범적으로 구현하지 못할 때 우리 교회에 대해 걸었던 기대가 무산되면서 교회에 등을 돌리는 일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볼수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세계교회의 자랑할 만한 활기찬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수 있고, 서구 세계에서 수세기에 걸쳐 진행되는 이 쇠퇴 과정이 우리 경우는 수십년 사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전세계 안에서 질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예견되며 21세기 2천년대에 보잘것 없는 집단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90년대에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같은 긍정적인 모습들을 계속 살려나가는 데에 노력하는 한편 부정적으로 비쳐질 응달진 모습을 바꿔나가고 우리 자신을 쇄신하는데 게을리 하지말아야 하겠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이 선포 말씀을 바깥 미신자들에게만 할뿐만 아니라 우리신자들 스스로에게 해야될 것이고 우리 스스로 개혁·쇄신하는, 회개하는 삶을 살때에 우리교회의 앞날, 21세기의 앞날도 어둡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