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단에서는 1968년 세계 나병의 날인 1월 마지막 주일을 구라주일로 선정하면서 사회와 사람으로 부터 소외받고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은 고통 중에 사는 한국의 나환자 형제·자매들을 기도와 물질로 도울수 있는데까지 돕자고 선포한지 22년이 되었다.
22년 전에는 8만명의 환자였으나 지금은 3만명정도로 줄었으며 전에는 무조건 멀리만 하였으나 지금은 쉽게 또 자주 나환자들을 방문하고 어울려 나환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천주교에 나환자들 위한 요양원과 진료소가 성라자로 마을 하나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요양원, 진료소, 이동 진료반 그리고 이 사업에 종사하는 수도단체도 많이 늘었고 교우들의 관심도 커져서 특별헌금 중에서 구라주일 헌금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환자들은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갖가지 역경을 겪으면서 사람으로 인정받고 사람답게 살아 보려고 긴세월 동안 하소연 한마디못하고 기도·인내하며 살아왔다.
아마 교회안에 구라주일이 없었더라면 모든 면에 오늘과 같은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같은 사정을 생각할 때 주교단과 성직자 수도자 교우 여러분께 나환자들은 고개 숙여 주님의 이름으로 깊이 감사하고있다. 더구나 잊을수 없는 분은 나환자에게 사랑과 진료를 아끼지 않으셨던 미국 메리놀회 소속 고(故) 안 제오르제오 주교님과 고(故)서스위니 요셉 신부님이다.
안 주교님은 지금부터 40년전인 1950년 6월 한국 천주교회에 최초로 나환자 요양원인 성라자로원을 설립하였고 서 신부님은 1955년 9월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이동진료반을 창설하여 전국을 두루 돌면서 재가(在家)환자의 진료를 실시하였던 분이다.
금년으로 이제 구라주일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그러나 나환자 문제가 다 해결되었기 때문에 폐지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약10년전부터 알려지고 늘어나는 각종 질환(결핵·시각·청각·지체부자유자·뇌성·소아마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우리도 나환자를 위한 구라주일이 있듯이 결핵주일이나 장애자주일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을 주교단에서 다 수용하게 되면 연중 2차헌금주일이 너무 많아 실현성이 없으므로 1985년 향후 5년 후인 1991년 부터는 구라주일을 없애고 모든 질환 환자들의 주일을 갖기로 하였기 때문에 폐지된 것이다.
마지막 구라주일을 보내고 그동안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앞서면서도 한편으로는 구라주일이 없는 앞날이 생각하면 나환자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좌절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약한 탓만은 아닌 것 같다.
2차 헌금없이 기도와 기억만이라도 해주는 구라주일의 존속을 있을수 없을까 하는 마음 간절하다. 교우 여러분의 기도와 기억에서 마저 제외되면 이들은 세상에서 죽고 교회에서도 버림받는 격이된다. 나환자가 있는 한 나환자 문제가 없어 질수는 없다. 나환자들에게 지속적인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를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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