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 날로 흉포화」「10대 떼강도 낮과 밤을 안가린다」「10대 청소년으로 구성된 인신매매단」「본드 흡입 고교생 사망」「고교생이 체벌교사에 폭행」. 굵직한 활자로 뽑혀진 뉴스들로부터 놀라는 일이 이젠 다반사가 되었다. 제목만 보고도 마땅히 경악해야할 사항들이지만 놀라기엔 너무 자주 매스컴에 떠오르는 이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입시철을 정후로 우리가 접해야 할 청소년 관계 뉴스는 또 어떠한가. 6년간 머리 싸매고 책과 씨름한 입시생들이 바늘 구멍같은 대입고사에 통과할 수 있는 수치는 불과 20만명. 나머지 50만가량의 청소년들-굳이 대학을 가야만하는-의 진로문제는 우리 사회문제의 적색신호로 매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입학원서를 쥐고 접수창구 앞에 늘어서서 마감시간을 기다리는 학생들과 부모들, 초조하고 불안하기만한 입시철의 진통은 우리 사회 속에서 숨쉬고 있는 가정이라면 너 나 할것없이 모두 겪고 있는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지치고 고단한 고교 시절에 이미 마지막 전쟁터인 대입고 사장까지 도달한 수험생과 그 가족들은 그나마 행운(?)이라 말할 수도 있다. 물론 합격과 낙방이라는 양극의 저울대가 마지막 단계에서 버티고는 있지만 그들은 그대로 대입고사라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행군에 성공한「용사」들이기 때문이다.
이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탈락자들이 최근 또 다른 충격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얼마전 방영돼 눈길을 끈 영화「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분명 아니건만 번번히 올라가기를 강요당하는 성적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는 청소년들의 자살이 바로 그것이다.
시험이 지겹고 꾸중이 무섭고 입시가 두려웠던 이들이 윌 사회에 남겨준 마지막 성물이 마로「성적비관 여중생자살」「입시낙방 재수생 자살」등 청소년들의 자살 사건이었다.
이들을 삶의 자리에서 밀어낸 원흉은 입시라는 망국병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현실이다. 바늘 구멍 쪽으로 이들을 몰아낸 모순투성이의 교육제도이기도 하다. 속은 비었어도 대졸이라는 타이틀을 최우선에 놓고 사람을 가려냈던 취업의 문일 수도 있다.
취미와 개성 능력은 접어두고 무조건 대학문턱에 발을 디뎌야한다고 자녀들을 들볶아댄 가정도 같은 비중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길을 막고 물어봐도 입시때문에, 성적을 이유로 자기 목숨을 끊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와 교육제도, 학교교육과 가정의 인식이 잘못됐다면 거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전기를 거쳐 후기 대입고사를 마친 현재 우리는 또 다시 수십만명의 재수생을 다음번 저울대로 내몰아야할 시점에 서있게 됐다. 다음번이라고 해도 결코 가벼워지지 않을 저울대 위에 또다시 이들을 올려 놓아야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입시문제를 포함한 청소년 문제를 놓고 언제까지 답답하다는 말 속에서 지낼 것인지 정말 답답할 뿐이다. 이들 문제가 우리의 사회문제로 떠오른지 이미 10년이 지났고, 자살과 더불어 청소년범죄가 본격적인 문제로 우리를 위협하기 시작한 때로부터는 벌써 4~5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건이 터질때마다. 입시철을 겪을 때마다 일제히 매스콤 속에서 아우성 친 청소년 문제는 불과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잊혀졌다. 단 하루뿐의 시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청소년 문제는 그렇게 사라지고 반복을 거듭해 왔다.
그동안 모든 매스컴들이 떠들었고 전문가들이 주장했듯이 청소년 문제는 지금 당장 손을 대야만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분명한 답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는 여유는 우리에겐 사치일 뿐이다.
국가는 국가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대학교육이 곧 성공으로 고착되어 있는 어이없는 풍토를 개성해 나가야한다.
다변화·다양화가 극을 달리는 우리 사회 여건에 걸맞게 소신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로 제공해야만 할 것이다.
학교를 포함, 관계기관이 맡아야할 몫은 학생들을 지식을 보관하는 창고나 시험을 잘치르는 기술자로 길러내는 일을 그만 두는 것이다. 전인교육의 장으로서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배움의 터로 탈바꿈을 서둘러야만 할 것이다.
가정이 해야할 첫번째 일은 남들이 가는 대학이니 무조건 가야한다는 못난 생각을 깨끗이 버리는 것이다. 입시때문에, 간판때문에, 체면때문에 공부를 강요하는 어리석음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일이다.
마음이 약한 우리의 자려들 중 어느 하나가「시험이 없는 나라도 가고 싶어」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교회의 자원은 생각보다 풍부하다. 사회가 풍요해진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교회의 물적자원이 풍요로와진것도 사실이다. 인적 물적자원의 풍부함은 교회가 청소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이미 마련되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하겠다.
교회가 해야할 일은 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이 여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이자 실천이어야 할 것이다. 단편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청소년 사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관장할 수 있는「중심」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청소년 문제를 논할수 있는 수많은 전문가들을 교회로 모아들이고 이들을 통해 교회가 펼 수 있는 청소년사목·청소년 문제 대책을 세워가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청소년전담 전문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싶다. 오늘의 교회라면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마땅히 해야할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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