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는 오늘 학교에서 왕관을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창가에 앉은 연이는 정성스레 만든 왕관을 누구에게 드릴까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할아버지께 드릴까? 하지만 대통령 할아버지는 맨날 어른들만 만나시고 바쁘기만 합니다. 연이의 소원 한가지도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장군 아저씨께 드릴까? 하지만 아직도 전쟁이 있는걸 보면 장군 아저씨가 훌륭한 분은 아닌 것 같아요.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어여쁜 달님이 떠오르지 않겠어요『아차』연이는 작년 달님께 소원을 빈 것이 생각났어요. 성탄이 가까와 올 때 연이는 달님을 보며 소원을 빌었어요.『예쁜 새하얀 운동화 한 켤레가 갖고 싶답니다』그런데요 상탄절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하얀 운동화가 머리맡에 있는게 아니여요? 연이는 자기의 소원을 이루게 해준 달님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여요. 하늘나라에 가신 할머님이 보고 싶어 달님을 보며 울은 적이 있는데요, 그날밤 꿈에 할머님이 찾아오셔서 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또 안아도 주셨답니다. 연이는 자신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시는 달님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연이는 왕관을 들고 달님이 걸려있는 커다란 나무 밑으로 갔습니다. 연이는 달님에게 들리도록 크게 외쳤습니다.
『달님 달님!』
『오! 연이구나. 왜 나를 부르지?』
『달님, 이 예쁜 왕관을 당신에게 드리고 싶어요. 당신은 저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시는 훌륭한 왕이시니까요. 지난번 새하얀 운동화 고마웠어요. 할머니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기뻣는지 몰라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왕관을 당신께 드릴께요』
그러자 달님의 얼굴은 붉어지고 난처한 얼굴색이 되는게 아니겠어요. 연이는 분명 달님도 기쁘게 왕관을 받아 줄줄 알았는데…. 달님은 당황스럽게 말했습니다.
『아니여요, 아니여요, 연이의 기도를 들어주신 분은 제가 아니여요』
연이는 그럼 도대체 누가 나의 기도를 들어주신걸까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기울였어요.
『연이야, 연이는 나를 보고 기도했지만 나는 연이의 기도를 달빛 보자기에 정성스럽게 싸서 예수님께 갖다 드렸단다』예수님께서는 연이를 항상 지켜보시기 때문에 착한 연이의 기도를 모두 들어주신 것이란다. 연이야 그 왕관은 내가 받을 것이 아니야. 예수님의 머리에 씌워드리도록 해』
연이는 조용히 아무 말 하지 않고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의 얼굴을 생각했습니다.
어! 그런데 쌩쌩 바람을 일으키며 무당 옷을 입은 나무의 떼쓰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연이야, 움직이지도 못하는 예수님께 그 왕관을 진짜 드릴꺼야? 예수님은 없어, 없단 말이야 연이야 그 왕관 내게 줘. 이 나뭇잎으로 너의 소원을 모두 들어줄 수 있어. 그러니까 그 왕관 내가 해도 되는거야』
무당 옷을 입은 나무는 거센 가지로 연이의 왕관을 뺏을려고 했어요. 왕관을 든 연이의 팔은 너무나 작았습니다. 아! 어떻게하면 좋지요.
바로 그때 어디선가 연이와 달님과 나무를 부르는 예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모두 깜짝 놀라 무릎을 꿇었습니다.
『나는 왕이다. 그러나 내 왕국은 이 세상이 아니다. 이 세상과는 아주 멀단다. 달아 네가 준 연이의 기도 보자기를 잘 받았단다. 달아, 나는 너에게 더 많은 달빛 보자기를 주겠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달빛 보자기에 아이들의 소원을 더 많이 담아 예수님께 드리겠습니다』하고 달님이 말했습니다. 무당옷을 입은 나무는 부끄러워 그만 자랑하던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제사 연이는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신 분이 진짜 누구신지 알게 되었답니다. 연이는 늘 우리를 살펴보시고, 착한 어린이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휼륭한 왕인 예수님께 왕관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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