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자 모 일간지에 『하나의 번역서가 교계에 파문』이라는 부제의 「한국 가톨릭의 기원 논쟁」기사를 읽었다.
내용에 의하면 『지난 84년 2백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렀던 한국 가톨릭계에 2년뒤인 1992년에 다시 4백주년 기념식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인 일임을 제안하는 연구서가 나왔다』고 시작되는 이 신문기사는 로마 예수회 역사연구소 소속의 후암 R. 메디나 신부가 쓴 「한국천주교 전래의 기원」(1566~1784) 이라는 것이다.
86년 로마현지에서 스페인어로 출간된 것을 국내에서 입수, 번역된 이 책이 『한국천주교의 기원을 1784년 이승훈의 세례로 보는 기존 교회사의 통설을 낭만적이고 과잉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반역사적 주장일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없이 국내 평신도들의 노력과 순교에 의해 한국 가톨릭이 뿌리내렸다고 믿어온 통설이 메디나 신부의 문제 논문에 의해 부정되고 거부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언급하고 있다.
메디나 신부가 제시한 내용중에는 1592년 2천여 명의 조선인 소년에 대한 세례 , 조선인 신자들에 의한 일본 나가사키에 이룩된 교회건축, 하차칸 호아칸이라는 세례명의 노인 첫 순교(1612) 등이 선교의 구체적 사실이라는 주장에 의문치 않을 수가 없다.
7년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임진왜란은 1592년 4월 14일 부산포에 침입한 왜군이 5월 서울 6월에 평양을 함락하고 선조임금은 서둘러 몽진을 하고 백성들은 남부여대하여 피난길에 나선 지경에 왜장을 따라 종군한 스페인 선교사가 단시일내에 2천여 명이라는 조선의 소년들을 모아 세례를 주었다는 것이 이해하기가 어렵고, 언어, 풍습, 지리 등이 익숙하지 못한 선교사들이 교리, 성가, 의식 등을 전쟁의 와중에서 교육시켰다는 점이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고 1610년 조선인 신도들에 의한 힘으로 일본 나가사키에 이룩된 교회건축을 들고 있으나 임란당시 일본은 수많은 포로를 잡아가서 경작, 노동에 종사케 하였고 도공 목수 등이 일본내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집을 건축한 일은 주지의 사실임과 동시에 순전히 타의에 의한 천주교의 교육과 신도화는 쉬운 일이었을 것이나 행인지 불행인지 국내에는 전래된 역사적 사실을 발견치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 「국사 대사전」 (일중당) 임진왜란 평에 포르투갈의 세스페테스 신부가 입국하였으며 일본에 돌아간 후 조선인들의 포로들을 보호하여 천주교에 입교시켰으나 그의 선교행위가 우리나라의 천주교와는 아무런 현실적인 관련이 없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우리교계에서도「무의미한 기록」이라고 일축하고 있어 외국의 고문서 등의 단편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국천주교 전래를 1백 92년이나 앞당기려는 저의나 순교자를 만들고 있는데는 더욱 이해가 안간다.
우리 교계나 사학계에서 교회사를 검토, 연구ㆍ재발굴 평가해야 할 소명의식과 책임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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