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노동사목 전국협의회가 전국 20여개 공단지역 노동자 7백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가 발표돼, 노동자에게 등한시했던 한국교회 사목의 현황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체의 4분의1이 신자인 이들 응답자의 대부분은 ‘교회가 노동자문제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고 별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응답, 노동자사목에 대한 교회의 미온적인 활동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불과 13%(신자는 15%)만이 ‘교회가 노동자문제에 관심을 갖고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응답했을 뿐, 그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 대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는 ‘교회가 노동자문제에 관여하는지 들은바 없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12%(신자6.5%)나 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세계교회는 교황 레오 13세의 「노동헌장」 반포 이래 회칙을 비롯한 공식 가르침을 통해 노동 및 노동자에 관한 관심을 끊임없이 고취시켜 왔다.
이는 노동문제가 교회의 중요사목현안이라는 사실을 지적해 준다.
사실 예수님도 노동을 천시하는 시대에 태어나 노동자로 생활하셨고 또 육체노동자에 의해 양육되셨을 뿐 아니라 노동자의 양자이셨다. 그분은 육신을 이용하여 노동하셨으면 육체노동으로 필요한 빵을 얻었다.
사도 바오로도 복음선포의 바쁜 나날 중에서도 직접 천막을 짜는 육체노동을 하셨다.
이 같은 사실은 노동의 존귀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급격한 속도로 산업화의 길을 걸어왔던 한국사회는 근래 들어 힘든 일을 기피하는 노동자들이 대거 유홍업소 등지로 이직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힘든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사회 풍조에 기인하는 탓도 적다하지 못할 것이다.
‘이마에 땀을 흘려야 빵을 먹게 되는 인간’(창세 3,19참조)에게 노동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사회풍조는 고쳐져야 마땅하다.
현재 전국 14개 교구 중 군종교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교구에 공단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수만명의 노동자가 밀집돼 있는 대공단 지역에도 전담사제를 파견하는 교구는 거의 없다.
사제수가 부족해 사제를 파견하지 못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라 지더라도 공단지역의 본당이 노동자들을 위해 성당 내에 회합실 하나 마련치 않고 노동자를 위한 사목프로그램 하나 마련치 않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 같은 일이 노동자로 하여금 교회에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큰 원인중의 하나일 것이다. 교회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의 크리스찬적 의미를 심어줘야 한다.
노동을 통해 인간은 예수께서 짊어지시는 십자가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는 점을 상기, 교회는 노동의 영성적 가치를 노동자들에게 교육시켜 나가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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