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큰 사명감을 안고 프랑스를 향해 출발했다. 우리 부산 그레고리오 합창단은 5월 2일 새벽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 국립음악원 소속의 한국인 박재광 선생님과 고마운 후원자이신 빈여사의 안내로 하루 동안 파리관광을 했다. 저녁 무렵 민박가족들의 인도로 우리단원들은 1~3명씩 나뉘어 민박제공 가정으로 향했다.

그들의 언어는 물론 생활습관까지도 전혀 익숙지 못했던 단원들은 이튿날 5월 3일 아침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명감으로 피로를 풀고 오후에 파리 국립음악원·파리그레오합창단·리투아니아 그레고리아합창단과 1시간가량 연습한 후 비행기로 약2시간 걸려 남쪽지역 풍쯔로와르에 도착, 잠자리를 정할 때까지 성가 3~4곡을 녹화했다.

4일 하루 종일 프랑스 제3방송국의 요청으로 시작된 녹화는 파김치가 될 정도로까지 반복을 거듭한 후 마쳤다.

밤새 달린 기차에서 내린 때는 다음날인 5일 아침, 우리는 발드 그라스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 했으며 6일에는 프랑스 전 수상이며 현 파리시장인 시라크씨의 특별 초청으로 리셉션에 참석하기도 했다.

7일 아침 우리 단원과 리투아니아 단원들은 버스를 타고 그레고리오성가의 요람인 쏠렘수도원을 향해 4시간동안 달렸다.

한없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가 오랜 시간 성가와 침묵으로 다져진 쏠렘수도원의 정겨운 분위기를 느끼며 신부님들의 안내로 수도원 별관에서 성무일도에 우리는 참여했다.

버스 안에서 부터 친해진 리투아니아 친구들은 몇이 모일 때면 항상 합창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어 우리를 부럽게 했으며 오랫동안 성당에서 묵상하는 모습은 깊은 신앙심을 느끼게 했다.

9일 오후에 파리에 도착한 우리는 4시 45분부터 노트르담대성당에 마련된 대음악회에 출연하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밤 바로 벨기에의 와뚜에 도착, 여장을 풀었다.

11일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리투아니아 그리고 한국 등 10개국의 16개 합창단은 와뚜성당에서 그동안 연마해온 기량을 선보였다.

영국의 웨스트 민스터 대주교좌 성당의 어린이합창단에 이어 두 번째로 발표한 우리 성가단은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는 찬사와 함께 끊임없는 박수를 받았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부라보 꼬레아’를 연발하였으며 기자들마저 합창단과 함께 인터뷰를 해갔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참가한 한국이었기에 더욱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와뚜대성당 앞 국기게양대에 걸린 태극기를 보며 우리는 민간외교관이 된 듯한 뿌듯함도 맛보았다.

13일 우리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연주를 위해 남았고, 파리 그레고리오성가단은 한국 공연을 위해 서울로 출발했다.

이미 신문 등을 통해 알고 있었던 파리 시민들은 연주회장인 쌩 샤펠성당을 가득 메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연주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5일 아침 파리를 떠나 한국에 오기까지 15일간에 걸친 힘겨운 일정은 무척 피곤했던 것도 사실이나, 이제 겨우 걸음마르 시작한 우리 부산 그레고리오합창단에게 그야말로 값지고 보람된 경험이었으며 스스로 지탱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을 했다고 깨달은 기회였다. 아울러 그레고리오성가가 한국교회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신자들의 아낌없는 애정과 관심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