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세력이 한여름 먹구름처럼 우리사회 곳곳에 서서히 끼여들고 있다. 성서에 「아무리 어둠이 짙어도 빛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구절이 있다.
어디든 빛이 가는 곳이면 어둠의 그림자는 생기게 마련이다. 빛과 그림자, 비약하면 악과 선, 세상만사는 다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가보다. 이 양면성을 보는 시각차에서 우리사회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헛되이 소모하고 있는 것 같다.
어둠의 속성은 빛을 밀어내 세상을 먹칠하려고 하고, 빛은 그 먹을 벗겨내려고 한다.
어둠의 세력을 「아웃사이드」계층이라 한번 가정해 보자. 그리고 빛의 세력을 「인사이드」계층으로 보자.
천덕꾸러기처럼 소외되고 외면당한 채 허망하게 떠도는 우리사회의 아웃사이드는 이제 지칠대로 지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웃사이드 생리는 인사이드로 진입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기득권을 누리고 있으며, 현 체제대로만 유지된다면 자손만대로 떵떵거리고 안락하게 사수 있는 인사이드 계층은 한사코 아웃사이드가 자기네 권으로 들어오는걸 싫어한다. 이쯤되면 아웃사이드는 소위 「판뒤집기」를 시도하려고 날뛸거고 인사이드는 깔아뭉개려는 「망치작전」아니면 「철옹산성」을 쌓을 것이다. 아웃사이드계층은 뼈 빠지게 돈을 모아 전세집이라도 구하려고 가면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한숨만 쉬고 돌아서기 일쑤고 물가는 자꾸 올라가 가만히 앉아서 월급 깎이는 꼴을 당하니 어찌 아웃사이드들이 가만있겠는가.
이웃사이드와 인사이드는 서로양보하고 인내로 화합을 해양한다고 제법 먹물깨나 든 명사들은 떠들어댄다. 근원적인 치유없이 어둠과 빛을 섞어 회색사회로 만들자는 말인가.
시쳇말로 도끼도 날 나름이란 말이 있듯이 문제는 빛 나름에 있다. 소금이 소금맛을 잃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듯 빛이 빛깔을 발휘 못하는데 어찌 어둠을 처리하겠는가.
우리나라는 1백3명의 성자가 난 선진가톨릭 국가다. 오늘날 우리 가톨릭교회가 이 어지러운 사회에서 제 빛을 내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우리의 가톨릭교회는 어둠의 세력이 짙어갈수록 태양처럼 빛을 발산해 어둠을 밝음으로 바꿔야 한다.
나치같은 어둠의 세력이 등장했을 때 독일의 가톨릭은 멍청히 안주만 하다 인류의 큰 비극을 초래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성직자는 도둑을 직접 잡지는 못할망정 「도둑이야!」하는 소리는 내지를 수 있어야 한다.
박홍 서강대 총장은 도둑을 잡진 못했지만 「분신을 조장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는 소리를 내질렀다. 분신 그 자체도 하나의 어둠세력 속의 폭력으로 비난했다.
우리사회는 순수한 아웃사이드적인 어둠세력이 차츰 독과 한을 품은 더 짙은 어둠세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어둠세력이 빛을 향하는 한 방법으로 자살을 꾀한다는 것은 어둠을 더 자초하는거나 다름없다. 자살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알거다. 자살하는 사람의 심정은 오죽했겠나. 스스로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여 자살했다면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자살은 분명히 어둠의 세력권에 있다.
길가의 못생긴 돌멩이 하나, 길섶의 잡초 한 포기에도 다 의미가 있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의 존재 의미는 하느님의 큰 은총이 아닌가.
어둠의 세력 중 자살은 꼭 막아야 한다. 신부나 목사들이 성당이나 예배당에서 목청만 높일게 아니다. 어둠이 짙어지면 빛도 짙어져야 하고 어둠세력권에 휴식이 없다면 빛의 권에도 휴식 없는 대응노력이 필요하다. 이 어려운 난국에 다들 스핑크스처럼 입을 꾹 다물고만 있으면 어둠속에서 길가의 돌들이 외칠 것이다.
「어둠의 세력도 자살도 이 어지러운 정국도 다 하느님의 뜻」이라고 팔짱만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민주주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과잉기대와 불만의 역학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어둠의 세력은 날로 커져가는 것 같다.
정치무력화, 사색당파적 작태, 물가, 주택부족, 부동산문제, 민생치안문제, 농촌문제, 교육문제, 지역감정 등은 모두 우리네 어둠의 세력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나라인들 어둠의 세력이 없겠는가마는 우리의 어둠은 너무 짙고 지독한 게 탈이다.
정치권에서 이 어둠을 서서히 장막 걷듯이 거두어들이면 그것같이 좋을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정치가 어둠을 걷지 못하는 게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권내에 부정ㆍ부패의 어둠 세력이 도사리고 있는데 어찌 기대하겠는가. 장님이 장님을 이끌면 개골창에 빠지기 십상이다. 어둠의 세력을 불리치는데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지만 특히 우리 가톨릭은 솔선하여 어둠을 포용하자. 나는 이렇게 기도하고 싶다.
『어둠을 물리치시고 빛을 주시는 하느님! 죄악과 미움과 불신의 어둠을 몰아내 주시고 이땅에 두루 빛이 가득차게 하옵소서. 아무리 어둠의 힘이 세어도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이해토록 도와주소서. 아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