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24만4천 평방키로미터, 인구 5천6백만, 공용어는 영어, 종교는 성공회, 화폐단위 파운드, 이것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알려진 영국(공식 국명은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의 이야기다. 영국은 북위 50도에서 60도 사이에 위치한 섬나라로 온화한 해양성 기후의 짙은 안개로 유명하다. 영국의 역사는 이미 기원전 5천년부터 시작되며,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요람으로 일컬어 진다.
영국은 이렇게 긴 역사에 걸맞는 많은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다. 모범적인 의회정치는 물론, 검소한 정치인, 법과 질서를 잘지키는 시민도 영국의 자랑이다 옥스포드, 캠브리지와 이튼고등학교도 자랑이고 셰익스피어와 워즈워스와 넬슨도 자랑이다. 자랑거리는 많고도 많다. 이 많은 자랑거리중에는 영국민들이 외국 손님들에게 흔히 자랑하는 두 가지가 들어 있다. 그것은 하사관으로 종군했던 엘리자베스 여왕과 거리의 한쪽 모퉁이에 서 있는 무명용사의 비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공주였던 시절에 하사관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수송부대에서 군수품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는데 운전도중에 타이어가 터졌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손수 그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영국에는 그모습을 찍은 사진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영국 사람들은 그것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긴다.
옛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누군가가 꽃다발을 갖다놓은 무명용사의 비를 만날수 있다. 퇴색한 모습으로 말없이 서 있는 이 비석은 그러나 실제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웨스트민스터의 국립묘지에 묻혀 있는 이름있는 장군들만이 이 나라를 지킨 것이 아니고, 이 대영제국을 지켜온 것은 이름 없이 몸 바친 용사들이란 것을. 이제 우리는 6월을 맞는다. 우리겨레는 결코 이 6월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말 할 것도 없이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들이댄 저비극의 6.25 때문이다. 그 전란의 결과는 아직도 혼혈아와 가족 이산의 아픔으로 남아 있다.
나는 6월이 오면 낙동강 전투 승전기념관이나 다부동의 전적기념비를 둘러 보면서, 저 어느 산기슭에 뼈를 묻었을 무명의 용사들과, 교복을 입은채, 군번도 없이 총을 잡고 전선에 나섰던 학도병들을 생각한다. 내부모, 내형제를 살리기 위해, 내 조국의 산하를 지키기 위해 주저함없이 목숨을 던진 그 젊은 이들의 피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의 젊은 이들은 참으로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해왔다. 삼국통일때 화랑이 그랬고, 광주 학생의거가 그랬고, 6.25동란이 그랬고, 4.19혁명이 그랬다. 그러나 나는 꼭 그런 역사적인 큰 일들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무명의 용사란 명에나 부귀에 욕심부리지 않고, 맡은 일에 충실하며 옳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선배 한분이 인도의 뉴델리대학을 방문했을때, 그는 총장에게 이 나라의 자랑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때 총장은 창밖으로 캠퍼스를 거닐고 있는 대학생들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저 젊은이들이 이 나라의 자랑입니다. 저들은 나라와 겨레의 내일을 걱정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우리의 자랑은 청소년들이다. 우리의 희망도 꿈도 물론 그들이다. 명예와 부와 지위에 대한 욕심으로 병든 젊은이가 아니고 진리와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젊은이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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