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해보라는 시고모님의 말씀을 거절하고 저는 남편의 회복을 위해 미사때마다『제게 지워주신 십자가에 눌려 넘어지더라도 또 일어설 수 있는 신앙의 힘과 당신의 섭리를 깨우쳐 주십시요』라고 기도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남편은 낫기는 커녕 점점 아랫배만 불러왔습니다. 저는 병원을 하고 계시는 둘째 형부께 전화를 걸어 세브란스병원에 계시는 형부 친구분을 소개받아 진찰을 받았습니다.
진찰결과 의사는 매우 급한 수술을 해야된다고 하시면서 석연치않은 얼굴을 했습니다. 내일 당장수술을 하겠으니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튼날 아침 8시30분에 수술실로 들어가는 남편에게 왠지 이상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오후 4시30분에 수술이 끝났음을 알리는 명단이 써 붙여졌고 잠시 후에 박사님께서 수술복차림으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려 빨리 걸음이 떼어지질 않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저를 쳐다 보시면서 좀 난처한 얼굴을 하시며 수술전에는 장종양인것 같아 수술을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암이 확산되어 있어 큰덩어리 몇개 만을 제거했을뿐 손을 쓸 수가 없었노라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심장 뛰는 소리가 그렇게 큰 줄 처음 알았습니다.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현실로 내 앞에 와닿다니…. 『주님 제 편이 사형선고를 받을 큼 제가 죄 은 여자인가요? 저를 시험하시는 건가요? 하고 많은 사람중에 왜 하필이면 저에게 이런 십자가를 주십니까』원망과 좌절감 허망함 저의 진짜 신앙고백이 이제야 나타났습니다. 속다르고 겉다른 저의 신앙생활, 그래도 주변에서는 성당에 열심히 다닌다고 저를 꽤나 열심한 신자로 봐주셨는데 또 십자가를 지워 주시면 참아 받겠나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막상 내 에 십자가가 지워지니 그것을 아니 받겠노라고 주님을 원망했습니다. 한달 후에 남편은 퇴원을 해서 집에서 통원치료를 했고 저는 암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해드렸습니다. 두달 후에는 체중도 75kg이나 되고 몸도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병원에서도 수술경과가 의외로 좋다고 하셨습니다. 영세후 9일기도를 이처럼 혼신을 다해서 바쳐보긴 처음이었습니다. 54일 기도동안 남편을 살려주시기만 하면 당신의 작은 일꾼으로써 열심히 일하겠노라고 조건부 기도로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의 기도도 아랑곳 이 남편의 외도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주일미사를 거르는가 했더니 아예 냉담까지 하고 외박도 잦았습니다. 어떻게 할까 암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나 아니면 얼마 살지도 못할 인생 죄를 짓게 하고 모든 쾌락을 즐기게 하나 현명한 판단이 떠오르질 않아 신부님께 면담을 신청하고 사실이야기를 드렸더니 병명을 얘기해주고 자기의 삶을 정리할수 있도록 돌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제 머리속에는 암이라는 말을 듣고 남편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남편의 여러가지 얼굴표정이 필름처럼 돌아갔습니다. 저는 도저히 말을 할 가 없어 시댁분들께 외논을 드렸더니 충격을 받으면 빨리 죽는다고 절대 비밀로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남편은 병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도 빠른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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